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 석유 시설이 지난 14일 이란의 공격을 받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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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충돌이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해상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급을 걱정하는 산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원유의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비축유 2246만배럴을 향후 3개월간 방출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입이 언제 정상화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는 수입처 다변화로 LNG 수급엔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걱정입니다.
산업계는 ‘4월 위기설’에 숨죽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다양한 에너지 수급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비축유 68일치 남았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원은 원유입니다. 한국 수입 원유 중 70%가 중동에서 오는데, 이 중 약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됩니다.
충남 서산 대산항에 초대형 원유 운반선 ‘이글 벨로어’호가 지난 20일 입항한 이후 당분간 중동발 원유 도착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달 26일 이라크 남부 알바스라에서 출발한 이 유조선은 이틀 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당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월엔 유조선 입항 일정이 모두 비어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선 IEA와 방출에 합의한 비축유를 향후 3개월간 시장에 풀 예정입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총 2400만배럴 원유를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이 보유한 비축유는 정유사 등 민간이 9000만배럴, 한국석유공사 등 정부가 1억배럴을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총 1억9000만배럴 비축유가 최대 208일분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이는 수출량을 뺀 수치입니다. 업계에선 수출을 포함한 하루 석유 소비량이 280만배럴임을 고려할 때 재고가 68일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월 위기설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말인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차들이 줄을 서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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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도 대체 물량 구하기에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미국과 남미가 대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동산 원유가 25일이면 한국에 도착하지만 북미산 원유는 40일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북미산 원유가 대부분 경질유인 탓에 중동산 중질유에 맞는 시설을 갖춘 한국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기초 소재 수급은 더욱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축유 방출로 경유·휘발유 공급엔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업계에선 “나프타 수요를 맞추기는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나프타 재고는 보름치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유···LNG 수급은 문제없다지만
원유 가격은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6.8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만 해도 두바이유 가격은 71.24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원유 가격이 치솟다 보니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석유 최고가격제로도 경유·휘발유 가격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지난 13일 0시부터 적용된 최고가격제에 따라 정유사 공급 가격은 ℓ당 보통휘발유는 1724원, 자동차용 경유는 1713원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지난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최고가격제라 하더라도 2주 단위로 국제·유류 제품 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각각의 경제 주체들이 부담을 나눠서 져야 하는 시스템이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이 카타르 LNG 시설을 공격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위기는 원유에서 가스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피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고 이를 복구하려면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등과의 공급 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정부는 LNG 수급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청와대는 “현재 기준으로 카타르산 LNG 비중은 약 14%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며 다른 수입선도 확보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도 카타르 LNG 수입이 제로(0)임을 가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호주입니다. 호주에서 수입한 LNG는 1468만t으로 전체 수입량 중 31.42%에 달합니다. 카타르(697만t·14.91%)는 3위입니다.
카타르 라스라판에 있는 카타르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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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계 LNG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가 불가항력을 실제로 선언하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타르를 제외한 공급처에 수요자가 몰리기 때문인데요.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쟁 이전인 지난달 27일 기준 1MMBtu(연료 단위)당 10.725달러였던 동북아 LNG 선물 가격은 19일 22.350달러로 치솟았습니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LNG 가격은 최대 200%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NG 가격 상승이 전기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차를 두고 전기료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4월 또는 5월이 고비”라고 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의 정책과도 관련이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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