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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더 빨리 했어야 했다?”···미숙아 판결로 불붙은 의료사고 ‘중과실 기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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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미숙아 치료 과정에서 수술 결정이 늦어져 뇌손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사고 책임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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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숙아 치료 과정에서 수술 결정이 늦어져 뇌손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의료사고 책임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의료분쟁 조정법’이 통과되면 분쟁 해결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진의 ‘중과실’ 기준이 모호해 법적 분쟁을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나온다.

    미숙아 수술 지연에 책임 인정…의료계 “방어적 진료 불가피”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박정길)는 지난달 11일 동맥관개존증(PDA) 치료 중 뇌손상이 발생했다며 환아와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 소재 A대학병원을 운영하는 B학교법인에 약 3억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6주 3일, 체중 약 900g으로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의 수술적 처치 시점을 늦춘 점이 중증 경직성 뇌성마비 발생과 일정한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병원의 책임은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의료진을 위축시킨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젊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모임인 ‘NextGen Pediatrics’(NGP) 소속 한 전공의는 “900g 환아는 수술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환아 상태를 보며 매우 신중하게 수술 타이밍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발생한 뒤 ‘더 빨리 했어야 했다’는 식으로 과거 판단을 평가하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과실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훈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법원은 결론을 내려야 하고, 일부 책임만 인정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거액 배상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 상정…‘중과실 기준’ 또 쟁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3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개정안은 소송에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의료계·법조계·시민단체 추천 전문가와 공무원 등 2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다. 수사기관은 의료사고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30일 이내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는 120일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원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의료사고 여부가 한차례 걸러지면서, 분쟁의 수나 기간이 모두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현장의 특성과 환자 상황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정안의 ‘중대한 과실’(중과실) 기준이 여전히 불씨가 될 수 있다. 개정안은 ‘중과실이 없는’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 책임보험 등을 통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형사 처벌을 제한하도록 했는데, 각 사건을 중과실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결국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개정안에 명시된 중과실은 동의받은 내용과 다른 수술·수혈·전신마취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망·중대한 신체 손상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필요한 진단·전원 등을 하지 않은 경우 등 12개 유형이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사망 또는 중대한 신체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가 높은 의료행위에서 요구되는 기본적 안전관리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를 놓고는 ‘기본적 안전관리 의무’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넓은 해석의 여지가 생긴다.

    오주환 서울 의대 교수는 “현재 법안대로면 900g 미숙아 판결 사례 같은 경우도 심의위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 법정에서 중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할 수 있다”며 “결국 수년씩 이어지는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은경 순천향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진 개인의 중과실 여부는 ‘비슷한 경험과 진문성을 가진 다른 의료진이라면 절대 저지르지 않을 과실’인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개정안이 환자 안전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이들은 개정안이 면책 대상이 되는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너무 폭넓게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 전액 배상이 이뤄질 경우 형사 처벌을 제한하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과실 인정이나 사과·유감 표현 없이 보험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형사면책은 의료인 안전 확보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적 풍조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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