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 딜 7일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상속세 관련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는 취지로 대한상공회의소를 공개 질타했다. 대한상의는 대통령 질타 세 시간여 만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산업통상부·재정경제부 장관에 국세청장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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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가 상근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 3명을 해임·면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초 상속세 관련 대한상의 보도자료에 인용된 영국 단체의 통계가 “가짜 뉴스”라고 질타한 뒤 일어난 일이다. 잘못된 보도자료를 낸 대한상의의 책임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주요 경제 단체의 임원 10명 중 3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정부가 일을 잘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였으면 더 큰 오류가 있었어도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대한상의가 해당 보도자료에서 과중하다고 지적한 현행 상속세의 문제점은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부부 합산’ 과세 등에 대해 전향적 개편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실효세율이 60%에 달해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다는 대한상의의 지적도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그런 정책 이슈를 다룬 보고서 내용에 틀린 것이 있다고 해서 임원을 대거 경질한다면 앞으로 누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산업통상부가 대한상의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 뒤 한경협은 주당 최대 10건까지 내던 보도 자료가 2월 이후 1~3건으로 급감했고, 대한상의는 거의 4주 동안 0건을 기록했다. 이후 그나마 내는 자료도 정책 비판이나 제언 대신 사과문과 업무협약(MOU) 같은 내용뿐이다. 노란봉투법, 상법 3차 개정안 등 주요 법안에 대해서도 경제 단체들은 “입장이 없다”고 한다. ‘입틀막’(입 틀어막기) 아닌가.
경제 단체는 경제계 입장에서 정책을 분석하고 정부에 애로 사항을 건의하는 일을 한다. 때로는 정부 입장에서 듣기 싫은 소리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 제언도 많다. 앞으로 상당 기간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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