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공급하는 ‘경남GT’
16일 부산 사상구 경남GT 공장에서 관계자들이 연소기 케이싱을 살펴보고 있다. 경남GT는 연소기에 들어가는 고온 핵심 부품을 2019년 국산화했다. /김동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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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가스터빈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태양광·풍력과 달리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AI 시대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이 시장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가 장악해 왔다. 한국은 13년 전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처음으로 두산 가스터빈이 미국에 수출됐다. 경남GT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국산화 1등 공헌 협력사’로 꼽는 강소기업이다. 연매출 100억원대에 불과한 회사지만, 경남GT가 없었다면 두산의 가스터빈은 지금도 외국산 부품을 쓰고 있을 것이다.
가스터빈 연소실 내부 온도는 1500~1700°C에 달한다. 이런 환경에서도 연소실을 감싸는 부품들은 변형되면 안 된다. 허용 치수 오차는 0.02㎜, 머리카락 굵기의 4분의 1 수준이다. 니켈 기반 초내열 합금 인코넬을 써야 하는데, 너무 단단한 나머지 절삭 공구가 마모될 정도다.
두산이 개발 초기 경남GT를 찾아왔을 때, 이 회사는 대당 5만원짜리 일반 발전소 부품을 만드는 금형 기업이었다. 당시 영업이익은 연 2억~3억원. 이상근(59) 대표는 “그때 도전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값싼 부품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돌파구는 본업인 금형 기술에서 나왔다. 인코넬 부품을 가공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합금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경남GT는 다른 길을 택했다. 먼저 금형으로 대략적인 형상을 찍어낸 뒤, 마무리 정밀 절삭만 진행한 것이다. 이 대표는 “불필요한 절삭을 줄여 생산성은 5~10배 높이고 단가는 10~20%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일부 최고 기술 기업들만 도입한 공법”이라고 했다. 2019년 국산화에 성공한 이 부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에 탑재돼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에 들어갔다.
대형 가스터빈 발전소는 설계·검증·인허가에만 수년이 걸린다. 발주 물량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해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가스터빈 발주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60GW(기가와트)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 최대 200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의 수주 잔고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덕분에 경남GT는 올해 매출 200억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작은 회사지만 한국에서 만든 터빈의 심장을 세계 곳곳에서 뛰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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