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꼼수 대출’ 무더기 적발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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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를 담보로 개인 사업자 대출 14억원을 받았다. 원자재 구입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돈을 같은 지역 다른 아파트의 중도금 17억4000만원 납부에 사용했다. 당시 일반 가계 자격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 그쳤지만, 개인 사업자 대출은 80~9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상반기 실행된 개인 사업자 대출 약 2만건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꼼수 대출’ 사례 127건이 적발됐다.
개인 사업자 자격으로 대출을 받아 거주용 아파트 매매나 임대차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대표적인 꼼수 사례로 꼽힌다. 대출금을 여러 용도로 나눠 쓰는 ‘쪼개기 유용’도 있었다. 사업자 B씨는 운전자금 명목으로 22억1000만원을 대출받아 이 중 11억6000만원을 기존 사업자 대출 상환에 사용했다. 나머지 10억5000만원은 원자재 구입 자금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출 실행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업장 개설을 이유로 아파트를 구입한 뒤 임대 수익을 얻는 사례도 드러났다. 프리랜서나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등이 아파트를 사무실로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C씨 역시 개인 사업자 대출로 3억5000만원을 받아 양천구 아파트를 매입한 뒤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자 사업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새 세입자를 들여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은 이처럼 대출 목적을 벗어난 자금 사용이 확인될 경우 대출금을 즉시 회수하고, 해당 차주를 신용정보원에 ‘금융 질서 문란자’로 등록해 최대 5년간 신규 대출을 제한할 방침이다. 또한 편법 대출에 관여한 금융사 임직원과 대출 모집인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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