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비하인드]
스키즈, 25일 데뷔 8주년
빌보드 200 8연속 1위… BTS·테일러 스위프트도 못 이룬 최초 기록
독창적 ‘마라맛 음악’ 앞세워 월드 스타로 발돋움
국내선 음원 차트 100위도 어려워... 낮은 국내 인지도가 예능 소재로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리노(왼쪽부터), 한, 아이엔, 필릭스, 방찬, 현진, 승민, 창빈.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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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대중음악의 중심인 미국 빌보드에서 현지 가수들도 세우지 못한 대기록을 세운 한국 아이돌 그룹이 있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를 통해서만 K팝 소식을 접해온 이들이라면 대부분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가 주인공일 거라 예상하겠지만 의외의 주인공은 바로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이하 스키즈)’다.
25일 데뷔 8주년을 맞은 스키즈는 방찬(크리스토퍼 찬 방‧29), 리노(이민호‧28), 창빈(서창빈‧27), 현진(황현진‧26), 한(한지성‧26), 필릭스(이용복‧26), 승민(김승민‧26), 아이엔(양정인‧25) 등 8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앨범과 EP(미니 앨범)를 포함해 총 8장의 앨범이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200은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반(앨범 및 EP) 200개의 주간 순위를 매기는 메인 앨범 차트다. 곡 단위 인기를 다루는 ‘빌보드 핫 100’과 달리, 앨범 전체의 판매량과 인기를 반영해 팬덤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빌보드 200’ 첫 진입부터 앨범 8장 연속 1위라는 기록은 BTS는 물론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현존 최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도 이루지 못한 빌보드 70년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이다.
스키즈는 지난해 테일러 스위프트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 기존 K팝 성공 공식은 거부, 마라맛 음악 서구권 취향 저격
하지만 스키즈의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과 활동 방식 때문에 국내에선 이런 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글로벌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스키즈의 국내 인지도는 예능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키즈에게 진행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아보느냐’고 질문했다. 다른 출연자가 곧바로 “국내에서는 스키즈를 못 알아본다는 이야기냐”고 진행자를 타박하자 스키즈는 “더 열심히 하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2018년 미니 1집 ‘I am NOT’(아이 엠 낫)으로 데뷔한 스키즈는 경쟁 K팝 그룹들이 선호하는 경쾌한 리듬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거부하고 훨씬 더 거칠고 강렬한 음악을 추구했다. 대체로 ‘이지 리스닝’을 선호하는 국내 팬들에게 스키즈의 음악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스키즈는 글로벌 인기를 얻은 후에도 정작 국내 음원 차트에서는 100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리더 방찬이 과거 인터뷰에서 “‘우린 왜 성적이 안 나올까’ ‘왜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솔직히 많이 했다”고 회상할 만큼, 스키즈는 데뷔 초기 빠르게 대중성을 확장하기보다는 팬덤 기반을 다지는 시기를 거쳤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들. 리노(왼쪽부터)와 한, 아이엔, 필릭스, 방찬, 현진, 승민, 창빈.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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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초 어려움을 겪던 스키즈는 2020년 발매한 노래 ‘神(신)메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키즈 특유의 ‘마라맛 음악’이라고 불리는 강렬한 사운드가 서구권 팬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이후 스키즈는 전통 매체가 아닌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주 무대로 삼아 팬과의 거리를 좁혔다. 생일이나 주요 이벤트에는 특별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등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했고, 글로벌 투어 중에는 현지 문화를 반영한 이벤트나 챌린지를 진행해 전 세계 스테이(STAY‧스키즈 팬덤명)들과 친밀감을 쌓았다.
과거에는 연예인이 인기를 얻으려면 TV, 라디오, 신문 등에 자주 노출되어야 했지만 스키즈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 유럽, 남미까지 팬덤을 확장했다. 이 때문에 스키즈의 성공은 21세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진영 JYP 창의성총괄책임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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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즈는 박진영이 아니라 멤버들이 만든 팀
미국 진출은 스키즈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인 박진영 창의성총괄책임자(이하 경칭 생략)의 오랜 꿈이었다.
박진영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 최정상이었던 가수 비를 통해 번 돈을 미국 진출을 시도하다 다 날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거듭된 실패에도 박진영은 꾸준히 미국 진출을 시도해 일정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객관적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스키즈가 처음이다.
박진영은 새로운 그룹을 론칭할 때 멤버 개개인의 조합을 직접 챙길 만큼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스키즈를 만들 땐 리더 방찬에게 팀 구성을 일임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방찬은 당시 7년 차 장수 연습생이었다.
또 스키즈는 기획사가 주는 곡을 받는 대신, 팀 내 프로듀싱 유닛인 ‘쓰리라차(3RACHA‧방찬, 창빈, 한)’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 박진영은 큰 방향만 제시하고 퍼포먼스, 무대 구성까지 스키즈 멤버들에게 맡겼다. 모든 과정이 파격적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스키즈는 모든 걸 자체 제작하는 아이돌이라는 뜻의 ‘자생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을 한다는 점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서구권에서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메시지를 직접 음악에 담아내느냐를 ‘진정한 아티스트’의 척도로 보고 중요하게 여긴다. 해외에서는 K팝 아이돌을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지만, 스키즈는 데뷔 전부터 스스로 멤버를 구성하고 음악적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로 인정받았다.
JYP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진영은 스키즈에 대해 ‘내가 만든 팀이 아니라 방찬이 만든 팀’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진영이 제작자로서의 욕심을 내려놓은 후에야 미국 진출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박진영은 스키즈 결성 당시, 현재 팀의 핵심 인기 멤버가 된 필릭스를 탈락시키려 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스테이들의 원망을 듣고 있다.)
◇ 스키즈가 겪은 우여곡절, 스테이에 깊은 공감 얻어
데뷔 당시 멤버 대부분이 10대였던 스키즈가 스스로 모든 것을 개척하며 겪은 우여곡절은,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 세계 10~20대 스테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멤버 현진의 “상처 난 풀잎이 더 향기롭다”는 말은 방황하고 있는 스테이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스테이들은 현진의 말을 듣고 자신의 결점이나 아픔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테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내 상처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멤버들이 직접 팀을 꾸리고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치며 겪은 고난들이 결국 스키즈만의 독보적인 색깔(향기)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문구는 스테이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스키즈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빌보드 200’ 8연속 1위 성과는 스테이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여전히 꿈만 같은 성과들”이라며 “늘 저희 곁에서 나침반이 되어주신 스테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도 스키즈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끝없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가 진정으로 성공했는지 또 잘 나아가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아닌 팬 여러분께 그 판단을 맡기고 싶다”며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스트레이 키즈’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앞으로도 우리만의 비전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에 우리 스스로가 놀랐습니다. ‘한국다움(Koreanness)’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우리도 몰랐습니다. ‘골든’을 따라 부르는 이들이 K푸드를 즐기고 K뷰티 상품으로 자기를 꾸밉니다. 한국을 체험하려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K컬처 비하인드’를 통해 오늘날 K컬처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기까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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