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사력 남발 우려·사우디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 노림수
“유가 상승 일시적” 트럼프 달래기도…사우디 “평화 지지” 일축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과 전쟁을 지속하라고 부추겨왔으며, 지상군을 투입하고 이란 정부를 축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 협상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일주일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며 미국이 이란 신정 정권 붕괴를 위해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으며, 이번 전쟁이 중동을 재편할 “역사적인 기회”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상군 파병을 요청했으며, 이란 에너지 시설을 장악해 이란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빈살만 왕세자가 종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은 실수일 것”이라고 조언했다고도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점령을 위한 군사작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 육군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1000여명의 중동 지역 배치를 승인했다. 또 일본에 주둔하던 해병대 2500명도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걸프 지역에 장기적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이란 정부를 축출해야만 위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태도와도 유사하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 붕괴 후 내부 권력 투쟁이나 내전이 발생해 이란이 ‘실패 국가’가 된다 해도 개의치 않지만, 사우디는 이런 상황이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는 점이 다르다. 이란 정권 붕괴 후 군부나 민병대가 장악할 경우 이들이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수 있으며, 특히 석유 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 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주요 석유 시설이 손상됐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출길이 막혀 경제적 타격도 막대하다.
분석가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전쟁을 피하고 싶어 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전쟁이 벌어진 이상 이란의 군사력이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을 선언하고 떠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란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주기적으로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국제위기그룹의 걸프·아라비아반도 책임자 애스민 파루크는 “사우디는 분명히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만 어떻게 끝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이란 전쟁을 사우디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유가 상승에 대해 우려를 전하자 빈살만 왕세자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석유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오래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 전쟁은 사우디를 세계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빈살만 왕세자의 계획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지만, 전쟁으로 중동 지역은 극도로 불안전한 투자처가 됐다.
사우디 정부는 빈살만 왕세자가 전쟁 장기화를 부추겼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사우디는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평화적 해결을 항상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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