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의 첫 글은 고민이 많았다. 어떤 주제로 써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동안 한국에 살면서 내 귀에 거슬린 단어, 그리고 그 단어의 영향에 대해 독자 여러분과 토의하기로 했다. 그 첫 단어는 바로 ‘대박’이다. 많은 한국인에게 대박이라는 단어는 아주 좋은 말로 들릴 테지만, 나에게는 부정적인 세계가 긍정적인 세계에 심어 놓은 간첩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나는 왜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됐을까.
몇 년 전 ‘대박’이 날 거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차렸다가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적이 있다. 결국 폐업했고 빚을 졌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힘겨웠다. 그 과정에서 지인들과 인생의 쓴맛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주변에서도 빚 때문에 힘든 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십중팔구 코인 투자를 잘못하는 바람에 인생이 꼬였다는 것이다. 다들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대박이 날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왜 대박이 날 줄 알았냐?” 그들은 “누구누구가 대박이 났길래”라고 답했다.
뭔가 갑자기 잘된 것을 뭉뚱그려서 ‘대박’이라고 하지만, 과연 다 최후에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인가? 모든 대박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동안 노력이나 도전으로 누적된 포텐(잠재력)이 터져서 대박이 났다면 끝이 좋지만, 배경에 아무런 노고도 없는 대박은 일종의 마약 효과 아닌가 싶다. 홀덤 게임에 비유하자면, 오로지 운으로 팟에 쌓인 칩들을 획득했다고 해서 과연 그 테이블에서 승자로 일어설 수 있을까? 로또에 당첨돼 큰 상금을 받고 나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읽은 적이 없다.
우리가 배경 설명 없이 오직 “대박이 났대!”라며 잘된 일들을 묘사하다 보니, 사례 구분을 못 하게 된다. 대박이 난 사람이 일시적으로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난 것인지, 아니면 포텐이 터져서 잘된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그것이 왜 중요하냐면, 인생 초기나 중간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꾸 쉽게 잘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경력이나 실력, 재능에 집중할 시기에 대박이 날 수도 있는 그 지름길로 가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그 지름길은 십중팔구 위험한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몇 년 전부터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다가 “걔 있잖아, 대박났대!”라는 말을 들으면 긍정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안 든다. 과연 그 주인공의 인생이 앞으로 잘 풀릴 것인가 걱정이 든다. 그래서 대박이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린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댓글로 남겨 주시면 반드시 읽어볼 것이다. 끝으로, 조선일보에서 오늘 시작된 내 코너가 앞으로 대박나길 바란다!
[알파고 시나씨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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