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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8 (토)

    “트럼프 실망” 말까지… 전쟁에 분위기 달라진 美 ‘보수 수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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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정치행사 CPAC 현장 가보니

    “왜 미국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중동의 수렁에 다시 빠지려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물가, 기름값같이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급한 것 아닌가?”

    2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 교외 그레이프바인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라일리는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란 전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보수연합(ACU)이 1974년부터 주최하는 CPAC은 전국에서 모인 정치인·지지자들이 정책과 전략을 논하는 미 보수진영 최대 연례행사다. ‘정치 수퍼볼’로도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지난해 행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고,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연방 정부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전기톱을 휘두르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1년 만에 공기가 달라졌다. 트럼프가 이란 상황 여파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럼프 덕분에 살맛 난다” “숨 막히던 바이든 세상에서 벗어났다”고 입을 모았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 사이에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CPAC에 참여하는 이들은 보수 지지자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대외 문제 개입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은 “전쟁을 시작하지 않겠다”던 트럼프가 대선 공약과 달리 곳곳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불만이 상당했다. 지난해 법무장관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멧 게이츠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란에 대한 지상전은 휘발유·식량 가격을 끌어올려 미국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우리가 테러리스트를 더 많이 만들어낼지, 아니면 더 많이 사살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매가 지지자들 사이에 영향력이 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연사로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 그는 최근 “전쟁이 힘겨운 장기전이 되면 공화당이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한 부스가 진행한 ‘이란 전쟁 현장 설문 조사’에서는 찬반 의견이 비등했다. 미시간에서 온 대학교 4학년 알렉산더는 “트럼프가 조 로건(팟캐스트 진행자), 아딘 로스(게임 스트리머) 같은 인플루언서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쿨하다 생각해 투표했는데, 지금은 많은 또래가 실망했다고 말한다”며 “물가, 기름값 같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11월 중간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할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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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를 위해 기도합시다” 26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행사장에선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유세 도중 겪은 총격 관련 영상도 상영됐다. 트럼프는 2011년부터 매년 CPAC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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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선 응답자의 36%만이 트럼프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 상황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CPAC이 열린 텍사스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댈러스 시내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마리아 에번스씨는 “기름값이 갤런당 3달러 초중반을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정치인 중에 괜찮은 후보들도 꽤 있어서 11월 선거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맷 슐랩 ACU 의장은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중동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 누구도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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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에서 맷 게이츠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그레이프바인(텍사스주)=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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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트럼프의 여전한 인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MAGA 모자를 쓴 트럼프의 청동 모형을 들고 현장을 누비던 스티븐씨는 “2024년 펜실베이니아 유세 총격 당시 죽다 살아난 트럼프를 보고 신이 그와 함께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란 문제도 결국 트럼프의 방식대로 해결될 것을 낙관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평화 대통령’” “기름값이 바이든 때보다는 싸다”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게 진짜 미국 우선주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대에 오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사랑한다”고 했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마이클 와틀리 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은 “모든 격전지에서 우린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 취임 후 강경 불법 이민 단속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 미네소타에서 단속을 벌이다 민간인이 사망해 논란에 시달리다 물러난 그레그 보비노 전 국경순찰대장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망명한 레자 팔레비 왕세자도 연사로 무대에 오른다. 텍사스 댈러스·휴스턴 등에는 상당한 규모의 이란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이날 행사장 앞에선 이란계 미국인들이 성조기와 이란 국기를 든 채 “이란에 민주주의를”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도 자유를 원한다” “우리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반대한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한 행사 관계자가 “성조기보다 이란 국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오른쪽 가슴에 ‘나에게 이란에 대해 질문하라’는 배지를 단 사이드씨는 “이란 정권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마구 죽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설픈 휴전을 하지 말고, 계속 작전을 진행해 문제의 근본인 정권 자체를 박멸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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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 앞에서 트럼프 정부의 이란 군사 작전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레이프바인(텍사스주)=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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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미국보수연합(ACU)이 1974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연례 행사로 보수 진영의 ‘정치 수퍼볼’로 불린다. 전국에서 모인 유력 정치인, 학계·시민 사회 인사 등이 정책과 선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보수 결집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뒤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공화당의 정체성을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레이프바인(텍사스주)=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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