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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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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군것질 입에 달고 사는 아이 ‘카페인 중독’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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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초콜릿에 든 카페인

집중력 저하, 비만 초래

간식 끊고 대체 음료 권장

어린이 기호식품에 숨은 카페인

중앙일보

일러스트 강일구






아이들이 카페인에 중독되고 있다. 어린이 기호식품인 콜라·초콜릿·초콜릿 가공식품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카페인이 숨어 있다. 콜라를 3캔(1캔 23㎎) 마시면 커피 1캔(60㎎)을 마실 때보다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문제는 카페인 섭취를 자각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서서히 카페인에 중독되는 데 있다. 군것질을 끊지 못하니 비만 위험도 커진다. 집중력을 잃고 성장이 더뎌지는 카페인 부작용은 덤이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3학년 김지민양의 3일치 식단을 분석해 어린이 카페인 섭취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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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가명·서울시 삼양동)양은 손에서 군것질거리를 내려놓지 않는다. 매일 아침 초콜릿우유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등·하굣길이나 잠들기 전에 빼먹지 않고 간식을 챙긴다. 김양이 좋아하는 간식은 콜라·초콜릿우유·초콜릿과자다. 흰 우유는 맛이 없어서 초콜릿우유를 마신다. 학교에서 흰 우유를 주면 코코아가루를 타서 먹는다. 커피 맛이 나는 우유나 사탕, 과자는 먹지 않는다. 어린이가 커피를 마시면 키가 안 큰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군것질을 쉬지 않는 김양의 식단을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문제점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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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이 3일간 섭취한 열량과 카페인은 어느 정도일까. 계산해 본 결과 식단을 통해 파악된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2658㎉, 카페인은 88.43㎎이다. 10세 여아의 하루 칼로리 권고량(2000㎉),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75㎎)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초콜릿우유·초콜릿케이크·콜라 2캔에 녹차아이스크림까지 먹은 둘째 날은 무려 155.88㎎의 카페인을 섭취했다. 카페인 적정 섭취량의 두 배가 넘는다. 임경숙 교수는 김양 식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열량·카페인 과다 섭취’를 꼽았다. 임 교수는 “군것질을 줄이고 육류보다는 채소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카페인 많은 녹차아이스크림

간식을 많이 먹는 김양에게 ‘하루 섭취 열량을 줄여야 한다’는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의외인 점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김양이 ‘카페인 과다 섭취’라는 판정을 받은 것. 임 교수는 “김양 식단엔 채소가 없고 고기 반찬이 위주여서 필수 영양소가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허전한 느낌을 당이 많은 간식으로 채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군것질거리인 초콜릿·콜라엔 카페인이 많아 한 조각, 한 캔만 먹어도 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페인의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은 성인 400㎎, 임신부 300㎎ 이하다. 반면 어린이의 경우 체중 1㎏당 2.5㎎ 이하다. 김양의 체중이 3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동안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75㎎을 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김양의 평소 식습관을 보면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김양의 경우 녹차아이스크림을 하루에 한 개만 먹어도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을 훌쩍 넘어선다. 식약처의 어린이 기호식품 카페인 함량 조사에 따르면 콜라 1캔(250mL)에 23㎎, 초콜릿 1조각(30g)에 16㎎, 에너지 음료 1캔(250mL)에 62.5㎎, 녹차맛 아이스크림 100g에는 100㎎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칼슘 흡수 잘 안 돼 성장 방해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각성 상태를 느끼게 하는 성분이다. 적정량의 카페인 섭취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여기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 섭취하면 부작용이 만만찮다. 두통·불면·속쓰림이 대표적이다. 어린이에게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덧붙여진다.

첫째, 집중력 저하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어린이가 카페인을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 흥분 상태가 되면서 집중력을 잃기 쉽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중력이 저하된 어린이는 카페인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용인대 식품영양학과의 ‘초등학교 고학년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ADHD)와 식습관 및 카페인 섭취와의 관련성’ 연구에 따르면 ADHD 성향을 가진 어린이가 정상 어린이보다 카페인 섭취량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주의력이 떨어질수록 카페인 섭취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ADHD 증상에 대한 치료와 개별적 영양 상담으로 식습관을 올바르게 개선해 학생들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즉 집중력이 저하된 어린이는 카페인 섭취량이 점점 증가하고 이로 인해 다시 집중력이 저하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들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로는 성인과 다르게 초콜릿·콜라 등의 고칼로리 식품이다.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어 계속 찾게 되고 한번 카페인에 중독되면 군것질을 줄이기 쉽지 않다. 결국 열량 과다 섭취로 체중 증가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어린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카페인의 칼슘 흡수 방해가 원인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카페인이 칼슘 흡수를 방해해 성인 골다공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근육과 뼈가 성장하는 시기에 카페인 섭취로 인해 칼슘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일에이드·건과류로 대신

어린이의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되도록 빨리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카페인이 함유된 간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도록 식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이미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단번에 간식을 끊는 것이 필요하다. 서서히 간식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대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군것질의 대체식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임 교수는 “콜라의 톡 쏘는 맛을 대체하기 위해 탄산수를 주면 아이들은 맛이 없다고 먹지 않는다”며 “아이들 입맛에 맞도록 과일주스에 탄산이 추가된 에이드 음료,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고소한 차(茶)를 마시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간식은 초콜릿·녹차 등의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과자나 말린 과일로 대신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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