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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시조가 있는 아침] (307) 백설이 잦아진 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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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백설이 잦아진 골에

    김응정(1527∼1620)

    백설이 잦아진 골에 베옷에 버선 벗고

    분묘 위의 눈 쓸다가 비 안고 우는 뜻은

    어디서 발 시려 울리오 말씀 아니 하실새 우노라

    -해암문집 가곡조(歌曲條)

    그리워라 부모님이여

    이 시조에는 ‘소분설(掃墳雪)’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무덤 위의 눈을 쓸면서’라는 뜻이다. 즉 부모님의 묘소에 쌓인 눈을 쓸면서 지은 작품이다. 눈을 쓸던 빗자루를 안고 우는 뜻은 맨발이 시려서가 아니라 말씀을 하지 않으셔서라는 그리움의 정이 애절하다.

    해암(懈菴) 김응정(金應鼎)은 무녀독남으로 태어나 34세에 아버지상을, 37세에 어머니상을 당하였다. 어버이 상중인 6년 동안을 묘 옆에 여막을 짓고 죽만 마시며 조석으로 절하면서 슬퍼하였다. 39세 때 문정왕후의 승하와 41세 때 명종의 승하에도 3년씩의 상복을 입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의병장을 도와 왜와 싸웠다. 선조가 승하하자 81세 고령에도 상복을 입고 상사에 임했으니 『예기(禮記)』에 있는 상례를 다했다.

    오늘날 화장이 보편화되고 제례도 간소화되고 있지만 어버이를 섬기고 사랑하는 조상들의 정신은 이어받아야 할 것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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