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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反난민 우파정당 바람에… 獨·스웨덴 사민당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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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사민당, 극우당에 밀려 3위로… 독자 소리 못내 지지자들도 외면

스웨덴 집권 사민당, 9일 총선서 30% 밑도는 역대최저 득표 예상

100년 넘은 전통을 자랑하며 유럽 중도 좌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독일과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나란히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2차 대전 이후 독일 사민당은 노동자 권리 보호를 주도했고, 스웨덴 사민당은 북유럽식 복지 모델을 정립시킨 주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다 반(反)난민 정서에 편승한 극우 정당에도 지지율이 밀리면서 위축되고 있다.

일간지 빌트와 인자(INSA)사회조사연구소가 독일인 2069명을 대상으로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일 사민당의 지지율은 16%에 그쳤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 기민·기사당 연합(28.5%)에 큰 차이로 뒤처진 것은 물론이고, 17%의 지지율을 얻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에도 밀려 3위로 처졌다. 155년 역사를 자랑하며 기민·기사당 연합과 더불어 독일 정계의 양대 축이었던 사민당으로선 굴욕적이다.
사민당의 몰락 속도는 가파르다. 193석이었던 의석 수가 작년 10월 총선에서 153석으로 줄어들었다. 이때 기록한 20.5%의 득표율은 사민당이 1949년 이후 치른 19번의 총선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그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이다.

반면 극우 정당 AfD는 반난민 정서를 발판으로 약진하고 있다. 2013년 창당한 AfD는 그해 총선에서는 한 석도 못 얻은 군소 정당이었지만 작년 총선에서는 94석을 얻으며 원내 3당으로 약진했다. 이번 여론조사 지지율(17%)은 작년 총선 득표율(12.6%)보다 높다. 이민자에 의해 독일인이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8월 말부터 동부 소도시 켐니츠에서 대대적인 반난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AfD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민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메르켈 내각의 연정 파트너로 끌려가는 것도 전통적인 좌파 지지자들이 사민당에 등을 돌리는 이유다. 일간 더타임스는 "작년 총선에서 3개 좌파 정당인 사민당·녹색당·좌파당의 득표율을 모두 합쳐도 38%에 그칠 만큼 우파에 비해 크게 밀렸다"고 했다.
조선일보

스웨덴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오는 9일 치러지는 스웨덴 총선에서는 집권 사민당이 1917년 창당 이후 101년 만에 최저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스웨덴 사민당은 우파 연정(聯政)에 정권을 빼앗긴 적은 있어도 역대 총선에서 한 번도 득표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득표율이 30%를 밑돈 적도 없을 만큼 지지층의 뿌리가 깊다. 하지만 지난 8월 중순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지지율이 25.2%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중도 정당 모데라트가 19.4%의 지지율로 2위였고,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18.7%로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사민당이 위기에 처한 주요 이유는 적지 않은 세금이 난민에게 쓰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는 최근 5년 사이 60만명의 난민이 유입됐는데, 인구가 불과 10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사민당은 '막대한 세금을 난민에게 쓴다'는 선거 쟁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장인 유급 휴가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제시하며 국면 전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에서 전통적인 중도 좌파 정당의 몰락은 독일·스웨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집권당이었던 프랑스 사회당과 이탈리아 민주당 역시 급속도로 당세(黨勢)가 쪼그라들었다. 작년 6월 총선에서 프랑스 사회당은 280석에서 30석으로 줄었고, 올해 4월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292석에서 112석이 됐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복지제도가 완비되면서 중도 좌파 정당이 목표점을 잃었고, 전통적인 지지 세력인 노조의 힘도 줄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옛 모습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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