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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들의 유럽행 길목… 모로코는 “식민지 잔재” 스페인은 “원래 우리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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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스페인ㆍ모로코 '세우타 분쟁'

한국일보

모로코에 위치한 스페인의 영토 세우타와 멜리야 /사진=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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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에 유럽 땅이 있다. 스페인의 가장 남쪽 지브롤터 해협 바로 건너편, 세우타와 멜리야는 아프리카 모로코의 북동부 해안에 위치한 스페인 영토다. 서울시 중랑구 정도의 면적에 인구 8만2,000여명이 사는 도시 세우타는 멜리야보다 유럽 대륙에 훨씬 가깝다.

항구도시 세우타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유럽 열강들이 쟁탈 경쟁을 벌인 곳인데, 1415년 포르투갈 아비스 왕조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1580년 스페인이 한때 포르투갈을 지배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스페인령으로 바뀌었다. 이후 1688년 리스본 조약에 따라 정식으로 스페인의 영토가 되었다. 스페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보호령이었던 북아프리카의 영토 대부분을 되돌려주었으나 세우타, 멜리야에 대한 소유권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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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타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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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MNN(마더네이처 네트워크ㆍ뉴스 및 생활 정보 웹사이트)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스페인에 두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넘겨줄 것을 거듭 요구해 왔다. 이것이 과거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07년 스페인 왕 후안 카를로스가 세우타와 멜리야를 방문했을 때 모로코인들은 분노했다. 당시 모로코의 압바스 엘 파시 총리는 “우리는 두 도시가 모로코 영토에 필수적이며, 이 땅으로의 귀환이 우리의 이웃 스페인과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추구될 것임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시종일관 침묵하고 있다. 15세기 모로코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 이전부터 세우타를 통치해 왔다는 게 스페인의 주장이다. 유엔도 이 논쟁에서 스페인의 손을 들어줬다. 어떠한 도시도 세우타를 스페인의 식민지라 생각하지 않으며, 비자치정부 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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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세우타 면세점. 세우타 면세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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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치권 문제에 대한 반대가 유럽 쪽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세우타는 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면세 쇼핑지로 떠오르면서 경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스페인 영토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스페인 본토에서는 21%인 부가가치세율이 이곳에서는 10% 미만으로 훨씬 낮다. 그래서 보석, 주류, 담배, 전자제품 등을 사가려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때문에 일부 모로코인과 시민들은 세우타가 스페인 영토로 남기를 바란다.

한편, 세우타는 자치권문제뿐 아니라 난민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주요 경로이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국경의 6m가량 담장 철조망을 절단하거나 기어올라 빠져나간다. 지난 7월에만 난민 600여명이 이 같은 방법으로 유럽으로 진입했다. 뿐만 아니라 차량 등에 숨어서도 밀입국을 시도하는데, 작년 초에는 여행용 가방에 몸을 숨겨 세우타로 들어가려던 남성이 스페인 국경 수비대에 적발되기도 했다.

전근휘 인턴기자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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