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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쿠릴열도에 미군기지 설치 안 해’ 아베 승부수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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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사히 “아베가 푸틴에 직접 약속”

2개 섬 우선 반환 주장으로도 방향 전환

러시아 견제, 국내 보수파 반발 등 난제 산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문제를 마무리짓기 위해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쿠릴열도 섬 일부를 일본이 넘겨받아도 미군기지를 두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쿠릴열도 섬을 일부라도 일본에 반환하기 어려운 이유로 미군기지가 건설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왔다.

<아사히신문>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넘겨받으면 미군기지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미-일 동맹을 외교의 기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약속을 했다면 파격적인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아베 총리의 측근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을 만난 자리에서 미군기지 설치 여부에 관한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14일 싱가포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을 기초로 한 평화조약 교섭을 가속화하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은 소련은 평화조약 체결 뒤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중 가장 작은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넘겨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일본은 아직 평화조약을 맺지 못했고, 일본은 두 섬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전부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소-일 공동선언을 강조한 것은 2개 섬 우선 반환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1월 하순 푸틴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내년 6월까지 러시아와 평화조약 내용에 대체로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 외교적 성과를 거두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바람대로 되기에는 난관이 많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소-일 공동선언 내용은 명확하지가 않다. 섬 2개를 인도한다고 돼있지만, 어떤 조건에서 누구에게 주권이 있는지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일본을 견제했다. 일본 국내적으로도 4개 섬 모두를 반환받아야 한다는 반발이 있다. 미국이 반환받은 섬에 미군기지를 설치하자고 하면 반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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