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15일 오후(한국 시각 16일 새벽) EU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브렉시트 자체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영국 정치권과 언론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합의안이 부결된 채로 오는 3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맞게 되면 사람의 국경 통과와 상품 통관 등을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세계 5위 경제 대국이자 금융 중심국인 영국이 이런 혼란에 빠지면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와 EU는 브렉시트 시기 연기를 비롯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메이 총리는 14일 잉글랜드 중부의 스토크온트렌트에 있는 한 공장을 방문해 "의회 표결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합의안 통과를 호소했다. 그러나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조차 약 100명이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의회 내 강경파는 영국이 EU의 관세동맹에서 상당 기간 머무르기로 한 합의안이 주권을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브렉시트 자체를 반대하는 EU 잔류파 의원들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총리실은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에 브렉시트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청하거나 제2국민투표, 조기 총선 실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내는 등 메이 총리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U는 브렉시트 시점을 오는 7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EU 역시 벼랑 끝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영국에) 기꺼이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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