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항공사의 일본 협력업체가 한국인 직원들에게 근무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브랜드 '마리몬드' 가방을 들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아웃소싱업체 FMG는 최근 일본 공항에서 근무하는 국내 A항공 담당 지상직들에 "마리몬드 가방을 들고 다니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렸다. FMG 소속 매니저는 직원 수십명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을 때는 마리몬드 브랜드 가방을 소지하지 말아 달라"며 "회사는 정치적·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FMG는 국내 여러 항공사를 비롯 베트남 항공사, 러시아 항공사 등과도 업무 계약을 맺고 있다. FMG가 고용한 A항공 지상직 근무자 국적 비율은 한국인과 일본인 반반이다. 이들은 발권과 티켓 확인 등의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 11월 FMG에 입사해 일본 지바현 나리타공항에서 A항공 지상직을 배정받은 한국인 B씨는 마리몬드 에코백을 들고 다녔다는 이유로 담당 매니저로부터 지적을 당했다.

B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구호가 적힌 것도 아닌데 단지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회사 가방이라고 못 들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입사 1년 내 퇴사하면 한 달치 월급보다 많은 위약금을 물게 한 고용 계약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며 "일본인 상사들이 지속적으로 '아직도 가방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지적해 결국 가방을 쇼핑백에 넣어서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입사 전 사측이 외국인 노동자 비자를 받아줬으니 위약금 조항을 감수하라고 강요했다"며 "일자리를 구해야 했기 때문에 사측이 제시한 근로 계약서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A항공 본사는 FMG의 마리몬드 가방 금지령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문의가 수차례 들어와 나리타공항 지점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FMG가 정치적·종교적 메시지가 담긴 장신구를 금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협력업체지만 다른 회사이므로 그 회사의 규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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