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들여온 다큐멘터리 영화 `보물을 품은 그곳으로` |
◆넷플릭스가 들여온 페루 다큐멘터리 영화 '보물을 품은 그곳으로' vs 고대 문명의 잔인한 희생 제의◆
'헙, 이럴수가 !' 페루에서 심장이 도려진 채 파묻힌 어린이들 유골 137구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고 한다. 종교 의식의 제물로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CNN 같은 외국 언론들이 전한 소식인데, 아침에 봐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얘기다.
페루는 누구나 다 들어는 본 '세계 3대 문명' 잉카제국과 공중도시 '마추픽추(Machu Picchu)', 하늘과 맞닿은 세계 최고도 호수 '티티카카(Titicaca)' 그리고 커피와 잉카콜라 등등으로 유명한 나라다. 저런 소식은 잔혹하다.
툴레인대 고고학 연구진은 2011년 대량 발견된 심장없는 어린이 유골들이 1450년 께 페루 치무족의 종교 제의에 희생된 결과인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출처=존 베라노 툴레인대 고고인류학 교수·뉴욕타임스(NY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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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분석결과 5~14세로 추정되는 이 심장없는 어린이 유골들은 엘니뇨(페루 일대에서 폭우·이상기온이 주기적으로 빈발하는 현상)가 페루를 휩쓴 2011년께 북부에서 발견됐다. 발견 지점은 아주 먼 옛날 치무족(族)의 왕국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찬찬(ChanChan)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미국 툴레인대 고고학 연구진이 2016년까지 유골들을 조사해보니 이들이 죽은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70년 전쯤(1450년께)으로 때는 페루 북부에서 치무족(族)이 전성기를 누린 시기다. 치무족은 잉카족보다 먼저 거대 왕국을 세웠던 인디언 부족이다. 존 베라노 툴레인대 고고인류학 교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은 논문에서 "아이들의 심장을 꺼낸 이유는 여전히 가설뿐이지만, 아마도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친 고대 문화·종교적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서운 나라네...아닌가?' 지난 4일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페루 수도 리마의 인구 밀집지역인 빌라엘살바도르에선 만 18~65세 여성 중 75%가 여자라는 이유로 성추행·희롱·폭력 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지난 해 이 지역에서 이런 일을 겪은 경우도 절반가량인 48%나 된다. 이런 일들을 경제적 비용으로 따지만 연간 7200만달러(약 815억544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안토니 유엔개발계획(UNDP) 젠더정책전문관이 리마에 있는 UNDP 페루 본부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커피에서 마약 '코카인'으로
코카나무 재배하는 페루 농민들./출처=넷플릭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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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페루에선 마약 '코카인'생산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말 미국 백악관 마약통제정책국(ONDCP)에 따르면 2017년 페루의 코카잎 경작지 규모는 직전 연도인 2016년보다 13% 늘어난 4만9800헥타르다. ONDCP는 이를 근거로 2017년 페루 코카인 생산 규모가 491톤(t)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25년 만에 가장 많은 생산량 규모라고 한다. 페루 국가커피재배연맹은 지난달 25일 "커피 농부 수천 명이 커피 농장을 버리고 코카 나무를 키우려 한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내기도 했다.
코카잎을 들고 코카 재배 불법화에 항의하는 페루 원주민./출처=넷플릭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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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코카인 3대 생산국은 순서대로 '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가 꼽힌다. 콜롬비아야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코카인 마약왕의 나라로 유명하다. 페루와 볼리비아도 나름 사정이 있다. '코카인' 원료인 코카잎은 원래 고산지대에 사는 페루·볼리바아 원주민들이 소화제 겸 고산병 완화 차원에서 씹어 먹기도 하고, 차로도 끓여 마셔온 문화적 '전통'이다. 코카 콜라 성분에도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코카 콜라 1급 제조 비밀이라고 하니 확인할 길은 없다.
페루 마추픽추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유명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데, 이 마추픽추를 지은 잉카족들은 코카 잎을 화폐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문명이 걸쳐서 퍼진 페루와 볼리비아 같은 나라에선 코카나무를 마냥 불태워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사랑…페루 마약폭력조직들 겸업 '금 불법 채굴', '어머니 신' 동네에 내려진 정부 비상사태 선포
심지어, 페루 내 아마존 우림 파괴는 압도적이라고 한다. 불법으로 금을 채굴하려고 나무를 배고 굴을 파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이자 각종 희귀 동·식물들이 사는 삶의 터전인데 브라질·페루·볼리비아·베네수엘라·콜롬비아 등에 걸쳐져 있다.
불법 금광 개발이 이뤄지는 페루 남동부 마드레데디오스 주 일대. 아마존 우림 훼손을 넘어 수은오염 문제도 딸려 나온다./출처=영국 가디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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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환경단체 안데스아마존감시프로젝트(MAAP)는 2018년까지 불법 금채굴 때문에 페루 내 아마존 우림 1만8000헥타르(ha)가 파괴됐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290ha) 62배에 해당한다. MAAP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8년 마드레데디오스 주를 포함한 페루 남동부에서만 9280ha가 사라졌다.
아니 대체 이걸 누가 사길래 저러나 싶다. 그런데 글로벌 금 시장에서 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부쩍 금을 모았다.
세계금이사회에 따르면 2018년 금에 대한 글로벌 시장 수요량은 4% 늘어 총4345t에 달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규모는 2018년에 651.5t인데, 1년 새 74%나 급격히 늘었다. 작년에 세계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은 금본위제(화폐 가치를 금 가치에 일정 비율로 연계해서 매기는 제도)를 폐지한 1971년 이후 최대라고 한다. 금본위제는 1971년 8월,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제37대·1969~1974년 재임)이 달러와 금을 더 이상 교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한 나라의 금융·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들이 페루 금만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 그래도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움직임을 보면 시장이 페루 금광 불법 개발이 늘어날 만한 분위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공정한 무역'을 해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 논리로 중국뿐아니라 유럽연합(EU), 인도와 터키, 일본까지도 '관세 인상'가능성을 들먹이면서 글로벌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유럽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 리스크까지 있다 보니 올해에도 '안전 자산' 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금융시장 전망이다.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페루 남동부 아마존 우림지에선 마약 범죄조직들이 업종을 대변화해서 금광 불법 개발에 손 대고 있다. 마드레데디오스(Madre de Dios) 주가 대표적인 불법 개발지다. 페루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1위 '금 대국'이자 전 세계 6위다. 그런데 페루 금 생산의 4분의 1, 즉 25%는 불법 금광을 통한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 분석이라고 EFE가 6일 보도했다.
마드레레디오스는 '어머니 신'이라는 뜻인데 땅이 수은 중독에 걸릴 지경이다. 금덩이를 만들려면 금가루를 수은과 섞은 후 수은을 증발시켜야 한다. 증발한 수은은 물과 공기, 바람을 따라 아마존 곳곳으로 퍼진다. 마드레데디오스 주민들 상당수 혈중 수은 농도는 일반인보다 3배 가량 높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단속을 하기도 하지만, 어딜 가나 꼭 부정부패가 있다. 뒷돈을 받은 공무원들이 단속 전에 정보를 흘려주는 건 어느 나라에나 있는 뻔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다. 2016년 페루 정부는 마드레데디오스주를 포함한 총 11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다음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는데, 결과는 2018년 최대 난개발이다.
지난 6일, 페루 정부는 마드레데디오스 주 일대에 무장군인을 포함한 특별강력단속반을 투입했다. /출처=E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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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페루 정부는 지난달 19일, 마드레데디오스주 일대에 두 달간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취임 1년을 맞은 마틴 비즈카라 페루 대통령(제67대·2018년~현재)은 골머리를 앓다가 지난 6일, 마드레데디오스 주 일대 특별강력단속반을 투입했다. 단속반은 100명의 무장군인과 50명의 경찰들로 구성됐는데 마약밀매와 불법 금 채굴을 겸업하는 폭력조직들을 상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기까지 보면 페루에 대한 우울한 소식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를 가져와야겠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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