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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직권남용죄, 최근 단골로 등장… 기준 모호해 자의적 해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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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방지재단 직권남용 학술대회

"민주화·인권의식 높아진 한국… 적용대상 확장해 나가야" 주장도

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 법조인들이 모여 '직권남용죄'를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범죄방지재단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직권남용죄,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학술 강연회를 열었다. 이 재단 이사장은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이다. 검사 출신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저는 30여 년간 검찰에서 수많은 사건을 처리했으나 직권남용죄로 누구를 기소해 본 기억이 없다"며 "그만큼 직권남용죄는 구성 요건이 까다롭고 무엇이 직권이고 남용인지 범위와 한계도 애매모호하다"고 했다. 직권남용죄는 형법에 나오는 죄명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온다.

그런데 '직권'이라는 말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이 내린 부당한 지시가 그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에 속한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직권이 있어야 남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의 직권은 법령에 나와 있는 권한 외에 상급자로부터 받은 위임이나 명령 등 일시적 권한도 포함된다고 본다. 직권의 경계가 딱 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김 이사장은 또 "돌연 최근 2~3년 사이에 직권남용죄가 단골로 등장했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전 정부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이른바 '적폐 수사'에서 직권남용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죄명'이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2016년 5000~6000건에 불과했던 직권남용죄 고소·고발 건수는 현 정권 출범 이후인 2017년 9741건, 2018년에는 1만4345건으로 급증했다.

강연자로 나선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출신의 이완규 변호사는 "직권남용죄 조항의 '남용'은 해석의 기준이 모호해 자의가 개입하기 쉽다"며 "그 해석의 기준이 정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경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고 공직 사회의 직무 집행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의 열기와 높아진 인권 의식이 사회 모든 영역에 깊숙이 침투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도 시대정신에 따라 적용 대상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 정구영 전 검찰총장 등 각계 인사 120여 명이 참석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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