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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불가피할 듯"...고용감소 결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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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첫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태 조사는 ‘영세업종 고용감소’로 결론났다. 이번 조사 결과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맞아 지난 9일 열린 KBS 특집 대담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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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영향분석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진행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를 주도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부분 영세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경우 고용감소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시급은 올랐지만, 사업주가 근로시간을 조절해 총 소득 증가율은 시급 인상률만큼 높지 않았다"고 했다. 근로자를 덜 고용하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의 근로를 확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정부가 처음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사회 각층이 제기하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조사 당사자인 노 교수 또한 이번 조사의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경기 상황, 취약업종과 영세기업 여건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감소하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남겼다.

지난 5일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대담에서 "(대선 당시 최저임금)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2년에 걸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3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 결과를 담은 ‘2019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낮추기 위해 인상률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아 내년도는 이 아래로 조절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해 노동생산성은 전년보다 3.6%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16.4% 올랐다. IMF는 "올해도 한국은 최저임금을 10.9% 인상해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46% 수준에 달했다"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41%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IMF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으면 고용이 감소하고,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정부 및 여당 인사들의 속도 조절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경제 상황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동결과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고 했다. 또 박 장관은 지난 14일 외부 강연에서도 "(최저임금을)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을 해야 한다"며 "경제가 성장할 때 최저임금을 올려야지 하강국면에서 올리면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들에게 근로자를 해고시키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이 3~4% 인상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올해 최저임금 8350원에서 4%가 오르면 8684원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전적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이 모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하는 만큼, 섣부른 예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고,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해서도 노사간 논쟁이 예상돼 어느 때 보다도 객관적 지표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번 실태 조사는 기존의 통계 뿐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로 들을 필요가 있어야 해서 진행한 것이고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되면 좋은 토론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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