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1 (토)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조명발' 마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방송국에 다닌다고 하면 종종 "탤런트 누구는 '화장발'이지?" "가수 누구는 '성형발'이지?" 하는 질문을 받는다. 평균 이상의 미모를 자랑하는 연예인들이 많으니 비법이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모양이다. 물론 일부는 틀린 말도 아니지만, 시청자가 잘 모르는 예뻐 보이는 비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속칭 '조명발'이다.

TV에만 나오면 유난히 얼굴빛이 칙칙해 보이고, 이마나 팔자주름이 깊게 파여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출연자들이 있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조명이 맞게 세팅됐는지 살펴야 한다. 조명이 적절한 곳을 비추지 않으면 주름에 그림자가 져 더 나이 들어 보이고, 얼굴은 칙칙해 보인다. 이럴 땐 조명 각도를 틀어 그림자를 없애고, 테이블이나 발밑에 별도의 조명을 설치해 집중적으로 얼굴을 밝혀줘야 한다. 특히 이 얼굴 조명은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밝은 대낮에 야외 촬영을 할 때도 이동식 조명을 설치하거나, 반사판으로라도 태양광을 얼굴에 비춰줘야 한다. 그래야 화면에 조금 더 화사하고 예쁘게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조명발'이다. 이 때문에 출연자들 사이엔 '예쁘게 나오고 싶으면 조명팀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조선일보

그렇다고 조명이 꼭 출연자 미모를 밝히는 데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손전등 하나를 턱 밑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귀신으로 변신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조명은 바로 이렇게 위치나 색감, 각도에 따라 순식간에 슬픔과 기쁨, 두려움과 환희를 표현해 내는 마법을 부린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세트를 세울 때는 먼저 조명감독과 맞춰 본 후 디자인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지은 세트가 프로그램 분위기와 엇박자를 내거나 입체감이 사라져 벽지를 펼쳐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의욕이 넘치는 출연자 중에는 과도하게 몸을 움직여 정해진 조명 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카메라가 쫓아오면 되지 않느냐'며 고집을 피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막무가내 출연자도 "조명 밖으로 벗어나면 안 예쁘게 나온다" 한마디면 설득이 될 때가 많다. 그만큼 '조명발'이 무서운 모양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