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가 10일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고유정이 범행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 25분쯤 제주의 한 마트에서 표백제와 배수관 세정제, 박스테이프 등을 환불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달 22일 이 마트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와 고무장갑, 청소용 솔 등을 구매했었다.
영상 속에서 고유정은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채 배수관 세정제와 표백제 등을 환불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이들 겉면을 휴지로 닦아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당시 고유정이 환불받은 물건의 금액은 2만6000원가량이었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해당 물품을 환불한 이유에 대해 "주거지인 충북 청주 자택에서 쓰려고 샀다"고 말해 계획범죄 정황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또 "시신 옆에 둔 물품이라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18일 배를 타고 제주에 자신의 차와 함께 들어왔다. 이후 지난달 25일 밤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다음날 시신을 1차로 훼손했다. 지난달 27일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에 담아 펜션을 나선 고유정은 완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피해자 시신이 담긴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바다에 버렸다.
지난달 28일 피의자 고유정이 제주의 한 마트에서 범행 전 구입했던 표백제 등을 환불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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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또 경기도 김포에 있는 부친 소유의 집으로 가, 미리 주문해놓은 목공용 전기톱으로 시신을 또다시 훼손한 뒤 유기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자신의 집인 충북 청주시로 갔다. 피해자의 유해 일부는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품 업체에서 발견됐다.
고유정은 ‘우발적 살인’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고유정이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까지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범죄 정황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범행 현장 비산 혈흔으로 볼 때 고유정이 흉기를 여러차례 휘두른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다시 진행해, 범행 수법 등을 규명하고 오는 12일쯤 별도 현장 검증 없이 사건을 검찰로 넘길 방침이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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