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육 다양화 취지 맞게
운영했는지 5년 단위로 평가
’고교 서열화의 핵’ 자사고
MB정부때 49곳까지 마구 확대
일반고 중심 공교육은 황폐화
문 대통령 등 대선때 폐지 공약
앞으로 남은 절차는
교육청 취소, 교육부 ’동의’ 받아야
유은혜 장관 “절차 문제 없다면 수용”
전북교육청, 평가점수 80점으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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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북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자사고는 국가가 준 자율성을 남용해 국영수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새로운 ‘입시 명문고’가 되면서 고교 서열 체제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자사고의 폐해를 극복할 단초를 교육당국이 마련할지 시험대가 됐다.
■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왜?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이날 발표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 단위로 진행되는 성과 평가다. 자사고가 원래의 지정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여러 항목을 토대로 평가한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등이 보장받는 만큼 사회적 책무성도 담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은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지정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래 자사고의 지정 목적은 무엇일까?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위원은 “자사고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진로와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대부분의 자사고는 입시를 위한 국영수 위주로 운영됐고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고교 서열화 중심인 ‘자사고’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 지정 취소 결정을 기점으로 교육계에서는 다시 한번 고교 서열화 문제 해소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사고는 특목고 등과 더불어 고교 서열화 체제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에 대한 보완 정책으로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시범운영되다가 이명박 정부 때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49곳까지 대폭 확대됐다. 처음부터 ‘부에 따른 교육 격차’ ‘기타 고교에 대한 역차별’ 등 우려가 컸지만, 이명박 정부는 자사고 수 늘리기를 밀어붙였다.
과학고·외국어고 외에도 자사고 등 ‘특권 학교’가 늘어나고 고교부터 입시가 치열해지면서 사교육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월성 정책은 자사고 등이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자사고는 고교 서열화 체제 강화, 입시교육기관화,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 문제를 일으켜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며 “자사고 폐지 공약은 대다수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국민적 지지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또 정 대변인은 “정부가 반복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자사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91조의3 등) 조항을 개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앞으로 남은 절차와 전망은? 각 시·도교육청이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려도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교육감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는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에선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사실상 교육부 입김에 따라 ‘봐주기식’으로 진행돼 파행을 겪었다. 2014년 1기 재지정 평가에서는 전체 8곳 자사고가 기준 점수에 미달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6곳에 ‘재지정 취소’, 2곳에 ‘취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가 교육청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해 실제 재지정 취소를 당한 학교는 없었다. 2015년 재지정 평가에서는 3곳이 기준 점수에 미달했는데, 모두 ‘취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아직까지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자사고 자격을 잃은 사례는 없다. 미림여고와 우신고 두곳이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사례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대한 ‘표준안’을 정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준 점수가 70점으로 높아지고 ‘취소 유예’ 관련 항목이 없어지는 등 ‘표준안’ 자체가 강화된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표준안’을 충실히 따르더라도 ‘봐주기 평가’라는 논란을 겪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학교 운영평가를 해보니 기준 점수 70점은 전북 지역 일반고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기준”이라며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지난해 기준 점수를 80점으로 올렸다. 양선아 최원형 박임근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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