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일부 시위대가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입법회 청사를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가 홍콩 자치정부에 강경 대응을 사실상 권고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대규모 반중(反中)시위 사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홍콩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은 2일 '책임자'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1일 입법회 건물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에 경악하고 분노한다"며 "이를 규탄하는 한편 홍콩 특별행정구가 심각한 위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판공실은 "일부 극단 분자들은 폭력적 방식으로 입법회 건물을 공격하고 함부로 파괴하는 활동을 했다"며 "그들의 폭력은 홍콩 법치에 대한 극단적 도전으로서 절대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도 담화에서 "특구 정부가 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관련국이 홍콩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에 대해나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 중국의 주권 안전,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을 겨냥한 것이다.
1일 오후(현지 시각) 헬멧, 고글, 마스크를 쓴 시위대 수백명이 홍콩 입법회 건물 내부로 진입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중국으로의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아 홍콩 시민 수만명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했고 시위대 중 일부가 입법회(의회) 유리벽과 철제 셔터를 부수고 들어갔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을 폭력적으로 점거하고, 시설을 파손한 행위는 법치를 침범하고, 사회질서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반 행위"라며 "중앙 정부는 홍콩 정부와 경찰이 법에 따라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련국들이 언행을 신중히 하고, 어떠한 형식의 내정간섭과 불법 폭력세력에 대한 지지를 않기 바란다"면서 "어떠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신호와 잘못된 거동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겅 대변인은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에서 홍콩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홍콩 문제에 대한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며 "미국 또한 이를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영국,EU에서 홍콩 시위대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만약 홍콩 시위대의 폭력적인 입법회 점거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처리했을 것이냐"고 반문하며 완전히 이중잣대이자 지극히 위선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새벽 4시(현지시간)에 경찰 수장을 대동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입법회 점거 시위대를 색출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콩 '우산 혁명'의 상징적 인물인 조슈아 웡(黃之鋒·23)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을 향해 "더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고 APTN이 전했다.
홍콩 내 일각에서는 홍콩 경찰이 입법회 건물을 일부러 내줘 강경 시위를 부각시킴으로써 강경 대응의 명분을 쌓으려 한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전날 홍콩 경찰은 수시간 동안 시위대를 입법회 안팎에서 막다가 밤 9시 이후부터는 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밖으로 철수했다가 이날 새벽에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입법회 탈환에 나섰다.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경찰이 전날 입법회 건물에서 8시간 가까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아내고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전략적 차원에서 후퇴와 재정비를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과격 시위가 평화 시위를 주도해온 홍콩 야권과 시민단체 진영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창립 의장인 마틴 리는 1일 시위가 최근 다른 시위보다 규모가 작았던 것은 폭력 시위 양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다수 시민은 여전히 평화적인 집회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 추산을 기준으로 지난 달 9일과 16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는 각각 100만명,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전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55만명이 참석해 예전 집회보다 참석자가 줄어들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