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오전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총동창회 사무실 건물 벽에 ‘전북교육청의 탈법·비상식 자사고 평가를 규탄한다!’, ‘우리 모교가 공정하게 공평하게 평가받길 원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임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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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 전주 상산고의 졸업생 A씨가 최근 모교 총동창회에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3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상산고 총동창회로부터 단독 입수한 이 편지에서 A씨는 "최근 들어 모교인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관련된 글을 보며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던 참이었다"며 "왜곡된 사실, 주관적 생각들이 익명의 프레임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모교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 온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가 지난달 28일 "상산고를 다니면서 체험한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 의식과 경쟁의식"이라고 말하는 익명의 상산고 졸업생의 증언을 공개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고교 졸업 9년 차라고 밝힌 A씨는 모교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 스스로 공부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교실 안에서의 교육, 이것이 진정한 교학상장(敎學相長)이고 공교육이 가야 할 모습"이라고 했다.
전북 전주 상산고 졸업생 A씨가 고교 총동창회에 최근 보낸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 출력본./ 상산고 총동창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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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을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전북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는 상산고 졸업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산고를 다니면서, 그릇된 경쟁의식과 획일화된 학벌주의를 심어주는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모교를 다니며 배운 것은 소중한 친구들과의 동행이었고, 꿈을 향한 간절한 노력"이라고 했다.
또한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 있다 보면 기가 죽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모 드라마에서처럼 그 친구들을 내 경쟁상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나 스스로와 싸움을 해나갈 뿐이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힘이 되어준 것은 곁의 친구들이 건넨 위로와 격려였다"고 했다.
그는 "상산고에는 120여 개의 동아리(자율동아리와 스포츠동아리를 합쳐서)가 있고, 운영의 주체는 학생들 본인"이라며 "동아리 분야 역시 매우 다양해서, 각자의 동아리를 통해 취미활동, 봉사, 외교, 토론, 실험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며 자신의 외연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A씨는 "학교에서 지정한 양서를 읽으며 지식이 아닌 지혜를 배울 수 있고, 국내·외 저명한 명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웅대한 꿈을 키워갈 수도 있다"며 "이것을 어찌 입시에만 편중된 획일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상산고 졸업생들의 의대 진학률이 높은 데 대해서는 "학생들이 의과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입시 결과 역시 이를 방증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그것은 자사고, 일반고를 불문한 요즘 사회의 경향성"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 가운데에서도 상산고는 오히려 다양한 대학, 다양한 진로로의 진학을 장려하고 있다"며 "만약 이런 관점이라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거의 대부분이 의대를 지원하고 있는 일반고의 현실이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상산고 총동창회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에 "A씨가 자신의 이름을 밝혀도 된다고 했지만, 총동창회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졸업생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졸업생이 총동문회로 연락이 와서 편지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아래는 상산고 총동창회 회원이 공개한 졸업생의 편지 전문.
최근 들어 모교인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관련된 글을 보며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던 참이었다. 왜곡된 사실, 주관적 생각들이 익명의 프레임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모교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전북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는 상산고 졸업생이다. 상산고를 다니면서, 그릇된 경쟁의식과 획일화된 학벌주의를 심어주는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내가 모교를 다니며 배운 것은 소중한 친구들과의 동행이었고, 꿈을 향한 간절한 노력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9년 차, 나를 포함해 주변의 동기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정말 다양한 위치에서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드러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학부 시절 관심 분야였던 고고미술사학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
의상 디자인을 배워서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는 동기,
경영 전공을 살려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턴쉽 과정을 거치고 있는 동기,
로스쿨을 다니며 미래 법조인으로서 열심히 수학하고 있는 동기,
경찰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민생 치안을 지키고 있는 동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지내고 있을 동기들 생각에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든든하고 대견해진다.이렇게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 있다 보면 기가 죽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모 드라마에서처럼 그 친구들을 내 경쟁상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는 나 스스로와의 싸움을 해나갈 뿐이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힘이 되어준 것은 곁의 친구들이 건넨 위로와 격려였다.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전국에서 한데 모인 친구들과의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지금도 전북 전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상산고에는 120여 개의 동아리(자율동아리와 스포츠동아리를 합쳐서)가 있고, 운영의 주체는 학생들 본인이다. 동아리 분야 역시 매우 다양해서, 각자의 동아리를 통해 취미활동, 봉사, 외교, 토론, 실험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며 자신의 외연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또한 학교에서 지정한 양서를 읽으며 지식이 아닌 지혜를 배울 수 있고, 국내외 저명한 명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웅대한 꿈을 키워갈 수도 있다. 이것을 어찌 입시에만 편중된 획일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학생들이 의과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입시결과 역시 이를 방증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자사고-일반고를 불문한 요즘 사회의 경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에서도, 상기한대로 상산고는 오히려 다양한 대학, 다양한 진로로의 진학을 장려하고 있다. 만약 이런 관점이라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거의 대부분이 의대를 지원하고 있는 일반고의 현실이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고등학교 재학 중 과외를 받아본 적도,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학교 선생님을 믿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선생님의 수업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는 우수한 교수 능력과 학생들의 높은 수업 참여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상산고에서 교생실습을 한 상산고 동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상산고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없는 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보고, 문제집도 풀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학생일 때는 상산고 선생님이니 당연히 잘하시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뛰어난 교수능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던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 스스로 공부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교실 안에서의 교육. 이것이 진정한 교학상장(敎學相長)이고, 공교육이 가야 할 모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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