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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강북 자사고 줄취소… 강남으로 이사가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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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지정 탈락 8곳 중 6곳 '강북 자사고'… 취소확정땐 5곳 남아

고입 5개월 앞둔 中3 혼란, 강남·특목고 쏠리는 풍선효과 커질듯

'이번에 탈락한 신일고가 아니면 강북구 사는 아이들은 갈 만한 자사고가 없어요. 도봉구 선덕고는 너무 멀고요. 빚내서 강남으로 이사 가란 말인가요?'10일 서울시교육청 청원 게시판엔 '자사고 폐지를 철회하라'는 글이 수십개 올라왔다.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13곳 가운데 8곳(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이대부고·중앙·한대부고)을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학부모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자사고 22곳 가운데 50%(11곳)는 강북에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8곳 가운데 6곳이 강북에 있다. 만약 교육부가 동의해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강북에 있는 자사고는 35.7%(14곳 중 5곳)로 줄어든다. 올해 전국 42개 자사고 가운데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았는데 서울 8곳 등 총 11개교(45.8%)가 탈락했다.

올해 탈락한 8곳 중 6곳이 강북 자사고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일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사고가 대거 사라지면 살아 남은 자사고와 강남 학교, 특목고에 학생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2010년 자사고를 지정할 때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강북 지역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가 있었는데, 다른 상황은 그대로인데 자사고들이 갑자기 없어지면 학부모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사고가 없어지면 문과 성향 학생들은 외고, 이과 성향 학생들은 과학고를 준비하는 경우가 늘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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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4~5개월 뒤 고입 원서를 써야 하는 중3 학생, 학부모들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강북에 사는 한 중3 학부모는 "학군이 열악하고 생활 지도도 잘 안 되는 동네라 자사고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교가 없어진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어떻게 몇 개월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느냐"고 했다.중2 이하 학생들도 1~2년 후 고교 체제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내년엔 서울 지역에서만 올해 평가를 안 받은 휘문고 등 자사고 9곳과 외국어고 6곳, 과학고 2곳, 국제고 1곳 등이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현 정부는 자사고와 함께 특목고 중에서도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국정 과제이기 때문에 내년 평가에서 외고·국제고도 안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 여론조사로 자사고 존폐 결정

교육부는 내년까지는 올해처럼 평가를 통해 탈락한 곳만 일반고로 전환하고, 내년 하반기엔 '대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고교 체제 개편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안겨줬던 '대입 개편 공론 조사'에 이어 고교 체제도 여론 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여론 조사에서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높게 나왔기 때문에 "교육부가 여론몰이로 국정 과제인 자사고 폐지를 실현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총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한 국가의 중요한 교육정책인 '고교 시스템'이 교육감 성향에 따라 불과 몇 개월 만에 뚝딱 바뀌어 버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이렇게 교육제도가 예측 불가능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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