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지역 자사고 죽이니…전국 자사고 인기 `풍선효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현실화한 가운데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살아남은 자사고를 중심으로 학부모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 밀집해 있는 광역 단위 자사고가 대거 '일반고 강제 전환'을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 자사고 8곳이 올해 평가에서 '전원 통과'로 유독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교육계 현장 얘기다.

이번 평가에서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자사고들이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지만 지위가 불안한 데다 내년엔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도 대거 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존폐가 걸린 상황이어서 고입을 준비 중인 학부모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자사고 24곳 중 14곳(서울 동성·중동·한가람·하나·이화여고, 인천 포스코고, 충남 북일고, 전북 상산고, 전남 광양제철고, 강원 민족사관고, 경북 포항제철·김천고, 대구 계성고, 울산 현대청운고)은 자사고 지정 취소 기준 점수 70점(상산고 별개)을 넘어서며 향후 5년간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포항제철고는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검토 중이다.

올해 고입을 준비 중인 학부모·학생들 사이에선 이처럼 '기사회생'한 자사고와 그렇지 않은 자사고 간 선호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살아남은 자사고=검증된 안전한 학교'라는 인식이 퍼지며 지원을 검토하는 등 관심을 두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 지역 중학교 3학년 학부모인 이 모씨는 "아이가 주변 분위기에 많이 휩쓸리는 성격이라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도 면학 분위기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다"며 "고교 기간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교육비를 고려했을 때 그나마 부담을 덜 수 있는 자사고, 특히 이번에 재지정된 학교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명문 일반고나 자사고가 아예 없는 지역에선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에 관심을 갖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입시 전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서울 강남처럼 선택지가 많은 지역보다는 주로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덜 좋은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자사고에 관심을 갖고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 염두에 뒀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거나, 교육특구로 유학을 보내기엔 사정이 되지 않아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엔 그간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에 강하다고 평가받는 자사고들이 최근 들어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한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 및 동아리 등 내부 활동을 일반고보다 더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한몫한다.

경북에 사는 한 중3 학부모는 "희망하는 자사고(전국 단위)가 이번에 재지정돼 입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는데, 최근 들어 이 학교에 관심을 두고 정보를 공유하는 엄마들이 부쩍 늘었다"며 "올해는 왠지 경쟁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올해 지정 취소된 자사고 10곳(서울 경희·세화·숭문·이대부고·신일·중앙·배재·한대부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은 교육당국의 판단에 불복하고 연이어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평가 탈락 이미지 때문에 대학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고, 특히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자사고에선 입학 후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걱정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이면 자사고들은 내년도 고입 전형 요강을 발표할 예정인데, 그에 앞서 자사고들이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모집 계획은 또 변동될 수 있다.

급기야 내년엔 서울·대일·이화·대원·한영·명덕외고 등 서울 지역 외국어고 6곳을 비롯한 전국 30개 외고 전체가 평가를 앞두고 있다 보니 이들 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학부모·학생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와 함께 전국에 분포해 있는 국제고 7곳 중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서울·고양·동탄·인천·청심·부산국제고 등 6곳도 내년에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 지역이 외고 등 특수목적고 폐지가 교육감 공약이었던 만큼 공립으로 운영되는 외고와 국제고에 대한 기피 현상이 올해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입시 업체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전국 외고와 국제고 37곳 중 20곳이 공립학교다.

[고민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