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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우경화 #북한 #젠더…‘세계의 오늘’ 다큐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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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17일 · TV 19일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

일 극우 실상 조명하고,

유럽 밴드의 평양 공연 우여곡절

유튜브 스타 좇는 팬심 등

2019년 세계의 화두 34개국 73편에 담아

성소수자·장애 등 편견 부수고

세월호 기억 소환하는 작품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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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챙겨 봐야 할 작품을 추천해주세요.” <이비에스 국제다큐영화제>(EIDF·이아이디에프)가 열릴 때마다 관계자들은 이 질문에 고심한다. 다큐 축제엔 그해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 없기 때문이다. 이슈가 많았던 올해. 17일 극장 상영을 시작(티브이는 19일)으로 9일간 열리는 ‘제16회 이아이디에프’ 역시 그렇다. 출품작 73편(34개국)을 통해 2019년 오늘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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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와 국가폭력 ‘아베의 보복’을 계기로 일본 사회를 극단적 방향으로 움직여가는 극우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다큐가 관심을 모은다. <비욘드 더 웨이브>(벨기에·23일 오후 1시20분)는 배우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야마모토 다로를 통해 일본 우경화의 단면을 조망한다. 야마모토 다로는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더이상 현실에 눈감을 수 없다’며 정치에 나서 탈원전과 아베 퇴진을 주장해왔다. .이 작품은 체르노빌 관련 다큐를 만드는 등 원전의 위험성을 제기해온 알랭 드 알뢰 감독이 만들었다. <비욘드 더 웨이브>와 함께 일본의 강제 징용을 연상케 하는 사건을 담은 다큐도 같이 챙겨보면 좋다. <굴라크 수용소의 여인들>(미국 등·20일 밤 12시30분)은 스탈린의 강압적 통치수단으로 1930~55년 운영됐던 굴라크(교정 노동수용소 관리본부)에서 살아남은 여성 6인의 증언을 담는다. 수용 인원이 250만명에 달했는데 5명 중 1명은 여성이었다. 이제는 80~90대에 접어든 그들의 목소리는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존재하는 일제의 폭력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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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통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문점 드라마’가 세계로 전파를 탔다. 그 영향인지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아졌다. <어느 록밴드의 평양 방문>(노르웨이 등·24일 밤 11시15분)은 슬로베니아 밴드와 노르웨이 멀티미디어 예술가가 북한에서 공연하는 과정을 담았다. 북한 검열단과 갈등을 빚은 끝에 결국 노래 몇곡이 빠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는 최근 여러 차례 오갔던 남북 예술단과 맞물려 호기심을 자아낸다. 고향이 북한인 사람들도 있음을 인정해야 통일도 가능해진다. <옥희에게>(한국·극장 상영만-22일 오후 1시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는 1959년 남파돼 간첩 혐의로 34년간 수감됐던 박종린이 딸 옥희가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는다. <굿바이 마이 러브 엔케이(NK): 붉은 청춘>(한국·극장 상영만-20일 오후 3시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은 한국전쟁 당시 북의 전쟁영웅으로 불렸던 청년 8인이 러시아로 망명해 영화계에 몸담게 된 사연을 접근 방식도 다채로워졌다.

■ 소수자와 평등 며칠 전 아이돌 오디션 프로에 출연했던 솜혜인이 커밍아웃을 한 것은 한국 사회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지개 초상>(일본·극장 상영만 18일 오후 4시 구름아래 소극장)도 성장과 변화를 촉구한다. 싱가포르 출신 사진가 레슬리 키가 일본에서 진행하는 ‘아웃 인 재팬’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성소수자들의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에 얼굴과 사연을 공개하는데,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들도 사진에 용기를 얻고 감정의 연대를 이뤄간다. 1000명이 참여했는데, 2020년까지 1만명을 목표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미국·21일 밤 2시25분)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산산이 부수는 영화다. 피터와 사촌 매튜의 유쾌한 일상을 덤덤하게 보여준 뒤 마지막에 피터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두 형제의 재미있는 일상이라 생각하고 보다 보면 마지막에 한방을 맞는다. 편견 없이 보다 보면 다르지 않다고 작품은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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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인권 여성과 젠더를 중요시하는 흐름은 올해도 도도하다.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아프가니스탄·21일 낮 12시 10분)는 폭력에 맞서 홀로 싸우는 한 여성을 기록한다. 2014년 카불에 사는 카테라는 티브이에 나와 아버지의 오랜 폭력과 성적 학대를 고발한다. 그는 성폭력으로 아이를 낳았다. 아버지는 구속됐지만 친지의 위협을 피해 도망다니는 지옥 같은 삶이 이어진다. <교육방송> 쪽은 “감독은 여성을 향한 사회적 병폐와 부당함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카테라가 고통으로 흘린 눈물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사회에 주먹질을 날리는 <위기의 30대 여자들>(이스라엘·21일 밤 11시10분)은 중국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여성 3명을 통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허니랜드>(마케도니아· 극장 상영만-8월 21일 오후 6시와 23일 오후 1시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와 <비러브드>(이란·20일 밤 11시25분) 등 중년 여성의 삶을 통해 인생을 성찰하는 작품도 늘었다. 특히 <허니랜드>는 올해 ‘선댄스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수작이다. 인터뷰 등의 개입 없이 그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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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죽음 ‘웰빙’만큼 ‘웰다잉’은 고령화 사회 화두다. <우아한 죽음>(슬로바키아 등·22일 밤 2시15분)은 근위축증을 앓는 자넷을 통해 안락사 문제를 끄집어 낸다. 정신은 멀쩡한데 움직일 수 없는 육체와 끊임없는 통증의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그는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로 떠나는 여정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교육방송> 쪽은 “안락사에 대한 논쟁을 끌어내기보다 자넷의 여정을 담담하게 담아내며 우아한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일본·21일 밤 12시40분)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본 와카야마현의 산단베키에서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는 한 목사의 이야기다. 그들이 왜 죽으려고 하는가 보다, 작은 교회 공동체의 일상을 담담하게 포착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의 해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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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과 세월호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로 한국 사회는 난민이란 주제를 마주하게 됐다. 개막작 <미드나잇 트래블러>(극장 상영만-19일 밤 9시 EBS 스페이스홀, 8월 24일 오후 1시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는 탈레반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던 영화감독 하산 파질리가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유럽으로 떠나는 14개월의 과정을 그렸다. 평범했던 사람이 어떻게 난민이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며 난민에 대해 곱씹게 한다. ‘세월호’ 참사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생일> 등 세월호를 소재 삼은 영화들이 올해 등장해 화제를 모으는 등 세월호는 이제 대중매체에 다양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아이디에프’도 세월호를 기록한다. <부재의 기억>(한국·극장 상영만-19일 오전 11시 구름아래소극장)은 차오르는 물로 고통받는 배 안의 누군가와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을 늘어놓는 배 밖의 누군가를 대비시킨다. 안과 밖에서 벌어진 온도 차이에 집중하며 세월호에 대한 기억은 되풀이해 말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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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와 스타♣?] 유튜브만 뜨면 빌딩도 살 수 있는 시대다. 다큐도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좋아요’ 스타>(미국·25일 오전 11시20분)는 아마추어 방송의 경계를 넘는 변화를 조명한다. 미국 테네시주의 소도시 킹스포트 출신의 소셜미디어 하이틴 스타, 오스틴 테스터를 통해 뉴미디어 시대의 스타 탄생과 함께 그들에게 열광하는 팬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더 매직 라이프 오브 브이>(핀란드 등·25일 오후 5시25분)는 이름, 캐릭터, 성격을 스스로 부여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라이브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현상을 담는다. 현실과 게임을 넘나드는 이중 생활을 담아내는 구성이 이채롭다. 정말, 뭘 선택해도 후회없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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