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긴박한 하루’
최종 결정의 순간 문재인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이 22일 오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옆 회의실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A) 종료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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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장하되 교류 않는다’는 조건부 연장 유력 검토하다
21일 ‘베이징 담판’서 일본 강경 태도 확인 뒤 입장 급선회
문 대통령, NSC 보고 자리에 이낙연 총리 ‘이례적 배석’도
청와대는 22일 3시간에 걸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와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전격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연장하되 정보교류를 하지 않는’ 조건부 연장론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철통보안 속에서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46분부터 약 30분간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보고했다. 이례적인 대면 보고를 두고 GSOMIA 종료 결정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막판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때까지도 정 실장은 “GSOMIA는 계속 검토할 것”이라면서 “NSC 상임위가 오후 열리기 때문에 거기서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슷한 시각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GSOMIA 연장 여부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이상 이어진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 차장은 “(비건 대표와 대화에서 GSOMIA 언급이) 나왔다. 신중히 검토해서 우리 국익에 합치하도록 판단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도 조건부 연장 가능성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 시작된 NSC 상임위원회 회의는 당초 예상보다 긴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후 결론은 GSOMIA 종료였다. 종료 결정에는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확인된 일본의 강경한 입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정부 내에서는 7월 말까지 GSOMIA에 대해 사실상 유지 쪽 의견이 다수였고 그쪽으로 가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까지 일본 측은 어떠한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8월15일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도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대화를 거부하거나 사실상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고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전날 외교장관회담에서 표명한 경제보복 유지 입장을 한국 정부는 사실상 최종통보로 받아들인 셈이다.
이날 3시간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NSC 상임위에서는 ‘즉각 종료 vs 부분연장’을 두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교류 효용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정 종료에도 한·미·일 안보협력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강경론과 ‘한·일 안보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미관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등의 신중론이 팽팽하게 붙었지만 막판 NSC 상임위원들은 강경론에 손을 들었다.
상임위 차원 종료 결정을 내린 후 NSC 상임위원들은 대통령 집무실 옆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에게 논의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 자리에는 이 총리도 배석했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배석한 NSC 상임위원들과 1시간가량 추가 토론을 이어간 끝에 NSC가 내린 GSOMIA 종료 결정을 재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NSC 상임위를 거쳐 문 대통령께 보고했고 최종 결정했다. 저희는 끝까지 신중한 모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GSOMIA 종료 결정 직후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GSOMIA 종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소통했다. 공식적인 미국 측의 반응은 시차 때문에 받아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종료 결정은) 협정에 맞게 한 것이고,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우리 결정사항을 정식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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