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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수사, 인사, 박근혜까지...사사건건 이견 빚는 '석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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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월 25일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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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취임 초기부터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취임 일성(一聲)부터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조 장관은 그 첫 걸음을 ‘원 포인트 인사’로 내딛었다. 법무부 내에 검찰 개혁 추진단을 꾸리면서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를 차출해 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법무부 탈(脫)검찰화를 강조해 온 조 장관이 스스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도드라진 의구심은, 조 장관 일가를 겨냥한 수사의 지휘·보고 라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빼자는 말이 법무부 쪽에서 새어나오며 ‘석국(윤석열+조국)열차’의 불협화음으로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니냐. 앞으로 노골적으로 검찰을 흔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①취임 직후 ‘원 포인트’ 인사에 총장이 낙점한 보직은 "검증 단계"
조 장관은 취임 첫 날인 지난 9일 첫 간부회의서 "검찰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을 구성하라"고 했다. 단장은 민변 출신의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을, 실무를 총괄할 단원은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차장급 검사 한 명에 대한 파견 명령 인사에 불과했지만,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전임 법무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하던 인사가 일선청으로 복귀하고 한 달 만에 다시 법무부에서 근무하게 된 데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강조해왔던 탈(脫)검찰화와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폭 넓은 목소리를 들으라며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를 콕 집어 지목했다. 임 부장검사가 속한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부서로 '적폐수사'에 방점이 찍힌 현재의 검찰에서 주목받는 인지부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인사 이후 "검찰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쁜 검사들이 아직 너무도 많이 남아 있다"며 윤 총장을 비판했었다. 그는 "금번 인사에 대해 낙제점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며 "윤 총장에 대해 검찰 안에서도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크지요"라고 했다. 그런 임 부장검사를 조 장관이 가리키며 법무부 발 검찰 개혁에서 일역을 맡기겠다고 한 것은 윤 총장과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검찰의 ‘살림꾼’이라 할 수 있는 대검 사무국장 자리를 놓고도 검찰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윤 총장은 당초 측근인 강진구 수원고검 사무국장을 대검 사무국장에 앉히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검 사무국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다른 이를 임명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추진단 인사는 원 포인트 인사였지만 이를 시작으로 전격적인 후속 발탁 인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7월 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대전·대구·광주고검장과 부산·수원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고검장급 3자리와 검사장급 3자리는 비워뒀다. 당시 법무부는 "검사장급 인사의 대규모 사직을 반영한 후속 승진 인사를 전면 시행할 경우 급격한 보직 변동으로 인해 일선 업무의 공백과 인수인계의 비효율 등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한 직후 고검장·검사장 승진 인사를 내 영(令)을 세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검사장·차장·부장 보직은 1년마다, 평검사 근무지는 2~3년마다 바꾸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평검사 전보인사는 내년 1~2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와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는 내년 7~8월에 나야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티켓(검사장 이상급 보직)을 쥐고 흔드는 격"이라며 "검찰 개혁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승진 대상들에게 줄을 서라는 신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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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이 위치한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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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법무부 "윤석열 뺀 조국 수사팀 꾸리자"…檢 "어림없다"
법무부와 검찰 간 신경전은 조 장관 가족 관련 수사에서도 벌어졌다.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대검 고위 간부들에게 ‘총장이 보고받지 않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한 것이다.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강남일 대검 차장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수뇌부에게는 수사 지휘는 커녕 보고도 받지 말라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대검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무부는 논란이 일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 되면 자신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 보고도 안 받고 지휘도 안 한다 하지 않았느냐"며 "이렇게 측근들 통해 간섭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 장관은 11일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거리를 뒀다. 대신 이날 "청문회 때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법무검찰 관련 지적사항을 신속히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며 "특히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형사부·공판부 강화, 기타 검찰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공교롭게도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조국 장관 일가 수사를 검찰이 ‘직접’ 맡은 상황에서 ‘직접수사 축소’ 지시가 나온 것이다.

이미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국회 논의가 끝나지도 않은 마당에 ‘직접 수사 축소’가 재차 거론된 것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스스로 이끌어 낸 정부 합의안 자체를 다시 손봐야 할 만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부른다.

③朴 전 대통령 건강도…검찰 "심각하지 않다"vs법무부 "외부 입원 필요"
법무부는 검찰의 상급기관이다. 장관이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이 법무부 소속기관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다. 형(刑) 집행이 그렇다. 형 집행 지휘는 검사가 하고, 법무부 소속 교정기관이 이를 집행하게 된다.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은 이 지점에서도 생긴다.

법무부는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술과 치료를 위해 추석 연휴가 끝나는 이달 16일 박 전 대통령을 외부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전문의 소견과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고려했다"고 했다. 불과 이틀 전 형집행정지를 불허한 검찰의 결정과는 배치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 사무는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위원장 신봉수 2차장검사)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형(刑) 집행정지 신청을 불허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계·법조계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심의한 결과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 명목으로 구치소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하자 검찰이 이를 제지했는데, 법무부가 구치소 대신 병원에서 지내도록 해준 것이다. 형 집행에 대한 검찰 권한을 우회해서 무력화시킨 것으로 볼 소지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원 결정을 전하면서 "형집행정지 결정은 검찰의 고유 권한이므로 법무부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고 굳이 부연한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권한도 없고, 관여할 사안도 아니라면 따로 말 꺼낼 이유도 없지 않느냐"며 "‘법무부와 검찰은 생각이 다르다’고 강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는 "앞으로 법무부가 사사건건 검찰에 제동을 걸 모양인가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검 한 검사는 "수사 대상자가 검찰의 지휘자가 된 마당에 앞으론 뭘하든 하나하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은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매번 정치적으로 해석돼 영 껄끄럽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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