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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여긴 다 비상...대통령이 와도 문 못 열어줘"…아프리카돼지열병에 비상 걸린 파주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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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첫 발병
피해 농장주 "확산 없도록 방역 당국에 최대한 협조"
비상 걸린 지역 농가 "구제역은 백신이라도 있는데"
인체에 영향 없지만, 소비심리 위축 우려 한목소리

경기 파주시에서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지역 양돈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까지 마땅한 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농장주들은 특히 소비자들이 이번 사태로 국산 돼지를 소비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고, 발병한 돼지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으므로 안심하고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해도 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7일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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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은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파주시 피해 농가의 돼지 2450마리를 살처분하고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피해 농장주 아들과 아내가 운영 중인 2개 농장의 돼지 2200여 마리도 모두 살처분을 마쳤다.

피해 농장주 A씨는 전날 오후 6시쯤 어미 돼지 5마리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신고했다. 폐사한 돼지는 모두 고열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이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되자 농장주 A씨는 기르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게 됐다. A씨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매몰 작업에다 방역 작업까지 하게 돼 정신이 없다"며 "무슨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제일 중요한 일은 다른 농가에 퍼지지 않고 조기에 상황이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방역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 농장은 최근 3개월간 농장주는 물론 농장 관계자들 모두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오염된 남은 음식을 돼지에게 먹이로 주지도 않았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현재 정확한 질병발생 경로를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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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포클레인으로 살처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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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주변 농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서 접경지역인 파주시는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농가별로 분주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땅한 백신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 탓에 궁여지책으로 구제역 소독약을 뿌리기도 했었다. 최근까지 외부인 출입은 물론 지역 농장주끼리도 접촉을 자제해왔다.

이운상 대한양돈협회 파주지부장은 "2010년 구제역 때도 처음 발병한 곳이 파주였던 탓에 피해를 제일 많이 봤다"며 "구제역은 백신이 있어 얼마간 조심하면 이겨낼 수 있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런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이어 "농장주들이 외출도 안하려 한다"며 "지역 농가들 입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근절하기까지 오래 걸릴 일이어서 긴 싸움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주시의 다른 돼지 농가들도 "지금 소독으로 정신이 없다" "이쪽은 다 비상이다"라고 말했다. 한 농장 관계자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외부인도 못 들어온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와도 문을 못 열어준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주시의 돼지 농가들이 비교적 ‘밀집’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피해가 발생한 농가 3km 반경에는 다른 농가가 없다. 피해 농장주의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농장 반경 3km에는 농가가 20곳 있지만, 현재까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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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 입구에서 방역요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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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역 농장주들은 과거 돼지 질병이 발생했을 때처럼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지만, 소비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소비자들이 돼지고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질까 하는 게 가장 겁난다"며 "인체에 위협이 되지 않는데 불필요한 공포감이 확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역시 이날 "감염된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국산 돼지고기를 안심하고 소비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표했다.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 반출을 일주일 동안 금지하는 긴급조치도 내렸다. 전국 양돈농가 6300호를 대상으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지 예찰도 실시할 계획이다. 방역 당국은 앞으로 1주일이 고비라고 보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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