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했다가 원금 전부를 날린 사례가 처음 나왔다. 투자자들은 지난 5월 말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불과 넉 달 만에 평균 2억원씩 날렸다. 투자자들은 25일 DLS를 집중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해당 은행 본점과 지점, 금융감독원 등지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금리 떨어지는데도 "안전하다"며 유치
금융권에 따르면, 26일 만기를 맞는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 상품 손실률이 98.1%로 확정됐다. 중간에 환매한 사람을 제외하면 만기를 맞은 사람은 44명, 이들의 투자 원금은 총 83억원이다.
해당 상품은 만기 4개월짜리 단기 투자상품이었다. 5월 17일부터 23일 사이 우리은행에서 판매됐다. 이때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지 두 달이나 된 불안한 시기였다. 만기 평가일에 독일 국채 금리가 -0.3%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약속한 금리를 준다고 했지만, 금리는 급락했다. 금리가 -0.6% 아래로 하락할 경우 원금 전액을 잃게 되는데, 실제 만기일 금리는 -0.619%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던 5월 하순에, 원금을 모두 까먹을 수 있는 상품을, 4개월짜리 단기 상품으로 팔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DLS 상품 중 가장 악성 케이스로 꼽힌다.
손실이 발생한 금리 연계 DLS 중 지난 19일 첫 만기를 맞은 상품의 경우, 만기일을 앞두고 금리가 기적적으로 급반등해 원금의 약 40%라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일주일 새 금리는 다시 급락했다. 내년까지 기도하는 심정으로 만기를 기다리는 투자금은 6000억원이 넘는다.
◇첫 소송 제기, 국감 쟁점으로
미국·영국 CMS(이자율스와프) 금리에 연동한 DLS를 팔았던 하나은행 상품도 이날 첫 만기를 맞았다. 수익률은 -46.1%로 확정됐다.
금융소비자원과 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담당 PB(프라이빗 뱅커)를 상대로 DLS 사기 판매로 인한 계약 취소와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첫 민사소송 4건(우리은행 1건 4억원, 하나은행 3건 16억원)을 제기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우리은행은 판매 과정에서 안정형 투자 성향을 가진 고객을 최고 공격형 투자자로 둔갑시키고 투자자 성향분석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해 위조했다. 금리 하락으로 인한 손실 현황도 은폐해 투자자의 환매기회조차 박탈했다"고 했다.
DLS 대규모 손실 사태는 다음 달 4일과 8일 예정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도 논의되고 있다. DLS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검사하고 있는 금감원은 정무위 국감 이전인 다음 달 초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 파생결합증권)
금리, 환율, 원자재 같은 기초자산이 특정 기간 동안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약정 수익률을 지급하고,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의 파생 상품.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로 한 것만 ELS(주가연계증권)로 구분해 부른다. 우리·하나은행은 DLS를 최소 1억원 이상 사모펀드 형태(DLF)로 판매했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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