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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신남방 핵심 인도네시아, 한국만의 장점 살려 日 따라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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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한국일보

지난달 30일 자카르타에서 만난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에 치중된 무역을 우리에게 호의적인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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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국제 통상 외길을 걸은 노(老)학자가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4년 만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경제 협력에 미력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때 우리나라 통상 교섭을 책임졌던 그는 “아세안, 특히 인도네시아가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신(新)남방 정책을 호평하면서도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박태호(67)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을 지난달 30일 오후 자카르타 도심 한 호텔에서 만났다. 다음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 주최하는 세미나 주제 발표를 앞두고 짬을 내줬다. 그는 미국 조지타운대(1983년 교수 임용)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거쳐 9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뒤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하고 2년 전 정년 퇴임했다. 2011~2013년엔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시 이행’ ‘한중 FTA 출범(협상 시작)’이라는 족적을 남겼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세미나의 목적은.

“세계 무역 환경이 최악이다. 미중 무역 분쟁, 한일 무역 전쟁 등 무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인도네시아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나라인데, 무역량이 2013년 300억달러에 육박하다 현재 2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베트남은 교역 규모 700억달러 돌파가 코앞이다. 신남방 정책과 연말 타결이 예상되는 양국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등을 소개하고 경제 협력을 촉진하자는 뜻에서 세미나 주제도 ‘한국ㆍ인도네시아 무역 및 투자 관계의 새로운 장’으로 잡았다.”

-4년 전 방문 때와 달라진 점은.

“그땐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공항에서 본 자동차가 다 일본 차라는 사실에 놀랐다. 일본이 태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인도네시아도 이 지경인 줄 몰랐다. 아세안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와 우리보다 앞서 아세안에 공을 들인 일본의 전략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나.

“과거에도 비슷한 정책이 있었지만 기업이 움직이지 않은 걸 감안하면,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eace)의 ‘3P 공동체’ 원칙을 추구하는 신남방 정책의 방향은 시의적절하고 옳다. 중국에서의 조립 생산이 힘들어지면서 기업들이 자연스레 아세안을 보게 됐다. 그렇다고 값싼 노동력과 넓은 시장에 안주해선 안 된다. 일본처럼 마음을 사고, 사람을 얻어야 한다.”
한국일보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국ㆍ인도네시아 무역 및 투자 관계의 새로운 장’ 세미나를 주최하고 주제 발표를 맡은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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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일찍 시작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나.

“우리에겐 일본은 없는 장점이 있다. 아세안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한국의 발전 모델을 본받으려는 분위기를 활용해 인적 교류를 넓혀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저렴한 임금만 이용하려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기술 기반이 약한 나라인 만큼 기술훈련센터 설립 등 현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 간 상호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CEPA를 통해 안정적인 교역 환경까지 조성되면 양국의 경제 협력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신남방 정책의 개선점이 있다면.

“슬로건(구호)이나 형식적인 외형을 강조하기보다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제까지 뭘 할지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정권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아세안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박태호(왼쪽)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 1일 자카르타 도심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ㆍ인도네시아 무역 및 투자 관계의 새로운 장' 세미나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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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계획을 묻자 “우선 세미나를 통해 그들의 무역 관련 애로 사항이 뭔지 경청할 생각”이라며 “경제 외교가 중요한 시대, 급변하는 무역 환경 속에서 양국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무역부와 명문으로 꼽히는 반둥공과대(ITB) 등 현지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가 그 서막인 셈이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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