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우후죽순
지금은 어떨까? 우리는 하나의 TV로만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지 않으며,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OTT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OTT 패권’이라는 엘도라도를 향해 달려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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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융합의 시대
지상파가 곧 미디어 콘텐츠이자 여론 수렴의 도구였던 시기의 변화는 다변화된 미디어 플랫폼의 시대가 찾아오며 극적으로 시작됐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더 풍부한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지상파의 패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케이블의 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 방송은 194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국내에서는 1970년부터 시작됐다. 다만 당시는 지상파 방송이 나오지 않는 난시청 가구 중심으로 미디어 콘텐츠 전파에 중점을 뒀으며, 우리가 흔히 아는 케이블 방송의 시작은 1995년 종합유선방송의 도입으로 만개하기 시작한다. 플랫폼만 운영하는 SO(System Operator)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PP(Program Provider)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케이블은 등장과 함께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으나, 2009년 IPTV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통신사가 플랫폼을 맡는 구조며 초기 IPTV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6Mbps, 혹은 7Mbps 정도의 속도로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한편 지상파 미디어 콘텐츠를 VOD로만 서비스했으나 지금은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에서 케이블을 밀어내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년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조사를 보면 KT 686만1288명(점유율 21.12%), SK브로드밴드 465만2797명(14.32%), CJ헬로 409만7730명(12.61%), LG유플러스 387만7365명(11.93%), KT스카이라이프 323만4312명(9.95%) 순으로 나타난다. 1위와 2위 사업자가 IPTV고 3위는 케이블 SO다. 업종별 점유율 추이를 보면 IPTV가 47.37%, 케이블 SO는 42.6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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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서 유료방송이 두각을 보이는 한편, 유료방송의 패권이 케이블 SO로 넘어오던 시기 N-스크린((N-Screen)의 개념이 국내에서 태동했다. N-스크린은 하나의 플랫폼이 아닌 다수의 플랫폼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는 행태를 말하며 시청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전제가 깔린다.
N-스크린의 개념은 이후에 펼쳐질 OTT의 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며 시청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TV 외 시청 수단이 필요하며, 여기에 모바일 혁명을 타고 등장한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N-스크린은 곧 OTT며, OTT는 N-스크린의 방법을 차용해 등장한 새로운 시청 행태로 정리할수 있다.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다. 다만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DMB도 일종의 N-스크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OTT는 N-스크린의 하위개념에 묶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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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온리 시대부터 지금의 OTT 시대를 관통하는 원동력, 즉 전통적인 미디어 콘텐츠 시청에서 다양한 스마트 기기로 언제 어느때나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었던 파괴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바로 방통융합의 시대와 함께 찾아온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이다. 주파수를 기반으로 작동했던 DMB가 무너지고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와 방통융합 기조가 트렌드로 부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8년 대통령 직속 방송위원회가 개편되며 당시 정보통신부의 해당 부분을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로 구성된 이유다. 방송과 통신이 한 몸으로 묶이는 순간이며, 이는 IPTV의 등장으로 예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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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의 선구자, 넷플릭스
1997년 케이블의 시대에 살던 미국인들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DVD도 애용했다. 그리고 당시 미국 DVD 시장에는 블록버스터라는 기업이 대여업을 통해 튼튼한 시장 경쟁력을 자랑했다.
변화는 신생업체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DVD 대여 사업을 하면서 캐시카우에 가까운 연체료를 폐지했고 구독료를 받는 파격적인 실험을 벌였다. 하나의 DVD를 대여할 때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월별로 멤버십 패키지를 구입하면 무제한에 가까운 DVD를 대여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DVD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은 대거 신생업체에 몰렸고, 블록버스터는 마치 운석을 맞은 공룡처럼 2013년 파산하고 말았다. 신생업체의 사명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만약 여기서 멈췄다면, 블록버스터를 무너트렸으나 그저 그런 DVD 대여업체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비전은 방통융합의 시대를 보고 있었다. 이들은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구독 비즈니스의 이정표를 마련했다. 넷플릭스(NETFLIX)라는 사명 자체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에서 모티브를 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DVD 대여업체일 당시에 구독 비즈니스를 가동했으며, 이러한 방통융합과 구독 비즈니스의 시너지는 현재의 ‘넷플릭스 천하’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OTT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 나아가 N-스크린으로 시작된 미디어 플랫폼 다양화의 기조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코드컷팅(넷플릭스를 시청하기 위해 케이블 방송을 중단하는 일) 붐을 일으키는 한편 글로벌 시장 공략도 차근차근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장 비결은 오리지널 콘텐츠, 나아가 IT 및 미디어 전략 시너지가 거론된다. 여기에 로컬(지역) 로드맵이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주도하는 나라의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막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이를 글로벌 플랫폼에 론칭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로컬 콘텐츠 제작자의 경우 넷플릭스의 강력한 지원을 기대할수 있고,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그 자체로 로컬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려 몸집을 불릴 수 있다.
다만 글로벌 OTT 사업자기 때문에 각 로컬의 강력한 견제를 받기도 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로이모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2년 영국에 진출해 지난해 기준 83%의 OTT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문화적 콧대가 높은 프랑스에서도 68%의 점유율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각 국의 위기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GDPR을 통해 넷플릭스 압박에 나서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LG유플러스와 협력하자 한국방송협회가 움직였다. 한국방송협회는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시장을 장악하고자 시도해 왔지만, 지상파방송은 유료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산업계 전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우리나라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적절히 보호해 올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LG유플러스가 불합리한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제휴하면서 지금까지의 미디어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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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에는 성장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49억2000만달러, 영업이익은 53% 증가한 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치로 보면 고무적이지만 문제는 가입자 증가세다. 총 가입자 순증 규모는 2분기 270만명을 기록해 글로벌 가입자 1억5000만명을 돌파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 550만 증가세와 비교하면 절반이다. 특히 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가입자 수치가 하락했다.
콘텐츠 수급도 원만하지 않다. 디즈니와의 콘텐츠 수급 계약 종료 후 오리지널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한 방’은 없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실험으로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당장 요금제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인도에서 3400원 요금제를 최근 출시했다. 모바일 전용이며 미러링을 통해 대형 TV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떠오르는 신흥 ICT 시장인 인도에서 어필하기에는 충분한 기능과 요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최대 6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현지의 강자 핫스타와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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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여전한 로컬 전략이 예상된다. LG유플러스와의 계약 종료가 임박했으나, 국내 콘텐츠 수급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개최한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 참가한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신작 라인업을 설명하며 초자연적 액션 드라마부터 공상과학 로맨스, 리얼리티 쇼, 스탠드업 코미디, 틴 드라마 등 다채로운 장르와 상상력을 갖춘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롭 로이(Rob Roy)는 아시아 TV 드라마 콘퍼런스 개막사를 통해 “아시아의 걸출한 작품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창작가들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원래 미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알렸으나, 최근에는 로컬 콘텐츠 전략을 가동하며 국내 OTT 시장에서 안착하는 모양새다. ‘킹덤’에 이어 ‘지정생존자’, ‘배가본드’ 등 국내 콘텐츠 수급에 속도를 내며 종합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튜디오드래곤이 430억원을 들여 제작한 ‘미스터션샤인’의 글로벌 판권을 제작비의 65% 이상에 넷플릭스가 구매하였으며, 한국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120억원에 제작하기도 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작사는 글로벌 OTT와의 협업을 통해 시청률에 대한 과도한 의식보다 작품 퀄리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보전 받을 수 있는 (작품성 높은)대작 드라마 제작환경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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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잡아라"
글로벌 OTT의 강자 넷플릭스가 상승과 하락을 경험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선 가운데, 경쟁자들도 속속 등판에 나서고 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디즈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콘텐츠 최강자 디즈니는 2017년 8월 넷플릭스와 결별을 선언했다. 디즈니의 결단에는 유료방송 코드컷팅, 즉 OTT 사업자가 득세하며 사람들이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의 경우 유료방송 가입료가 낮은 편이라 극적인 코드컷팅 현상이 보이지 않지만 미국의 코드컷팅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상당한 위협이다. OTT 사업자가 몸집을 불리자 기존 방송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훌루’라는 새로운 OTT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코드컷팅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그 연장선에서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과감하게 결별,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20일 21세기폭스의 미디어 사업을 713억달러에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컴캐스트의 갑작스러운 참전으로 혼란을 겪었으나 기어이 빅딜을 성공시켰다. 업계에서는 현금과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치르려는 디즈니보다 인수금 전체를 현금으로 제공하려는 컴캐스트가 21세기폭스 일부 사업부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나, 결국 최후의 승자는 디즈니로 결판이 났다.
디즈니의 속도전은 계속된다. 지난 4월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오는 11월 22일 출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료는 월 6.99달러다. 넷플릭스의 구독료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며, 글로벌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가 2020년, 남미는 202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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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겨울왕국2’와 ‘토이스토리4’ 등 양질의 콘텐츠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2020년까지 약 50억달러의 콘텐츠 투자가 예상된다. 이는 넷플릭스와 비교했을 때 다소 낮은 편이다. 미래에셋대우 김수진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플러스 콘텐츠 투자는 2024년까지 최대 100억달러가 단행될 것”이라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은 지난해에만 120억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월트 디즈니의 CFO(최고 재무 책임자) 크리스틴 맥카시(Christine M. McCarthy)는 설명회에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서비스 시작 후 몇 년 간은 적자를 감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면서 “2024년까지 2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즈니 콘텐츠들 중 단연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일 프랜차이즈 시리즈 영화 상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마블 스튜디오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스타워즈 시리즈다.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 이용자들은 7500편 이상의 시리즈물, 25편 이상의 오리지널 드라마, 10편 이상의 오리지널 영화와 스페셜 영상, 100편 이상의 최신 영화 그리고 기타 400편 이상의 디즈니 오리지널 영상들을 4K 고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5월 디즈니는 21세기폭스 미디어 사업을 인수하며 확보한 훌루의 지분을 올려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방안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컴캐스트의 자회사 NBC유니버셜이 보유한 훌루 지분 33%를 2024년 시한으로 디즈니가 매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훌루는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자회사 NBC 유니버셜, 폭스가 각각 30%의 지분을 가지고 타임워너가 10%를 가진 상태였다. 그러나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며 6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으며, 통신사 AT&T는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여기서 AT&T는 타임워너가 가지고 있던 훌루 지분 10%를 매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가 컴캐스트의 자회사인 NBC 유니버셜이 가진 훌루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사실상 경영권까지 가져온 셈이다.
넷플릭스와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 입장에서 ‘훌루 접수’는 훌륭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폭스를 인수하며 콘텐츠 수급 인프라를 크게 확장하는 한편 기존 미국 지상파 중심의 OTT인 훌루까지 가동하면 입체적인 로드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훌루, ESPN플러스를 함께 묶은 번들용 상품도 공개하며 다양한 전략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 전문가 디즈니가 플랫폼 시장에서 안정적인 영향력 확대를 추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초체력이 문제다. ESPN플러스와 스트리밍 기술 업체 밤테크(BAMtech)로 4억69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디즈니가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BTIG의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Rich Greenfield)는 "콘텐츠와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스트리밍 사업에서 디즈니의 초기 손실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자신만만하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Bob Iger)는 이달초 유명 경제지 배런스(BARRON’S)와의 인터뷰에서 “월가(Wall Street)는 적어도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릴 응원하진 않겠지만 우리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존재감도 강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우를 확보한 상태에서 다양한 ICT 기술력을 동원한 큐레이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특유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 재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번들 인프라의 성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같은 특별한 로드맵은 없지만, 추후 시장에 안착할 경우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애플의 행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애플TV 플러스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iOS 생태계와의 결합 시너지가 눈길을 끈다. 애플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아이폰 매출 의존도가 사상 처음으로 50% 이하로 줄었으며, 대신 콘텐츠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애플 특유의 아이폰 전략, 즉 하드웨어에 특유의 사용자 경험을 소프트웨어로 살려 실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콘텐츠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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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는 AT&T의 로드맵에 시선이 집중된다. 워너미디어를 인수한 AT&T가 내년 봄 HBO맥스라는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하는 가운데, DC코믹스와 드라마 제작사 HBO 등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특히 AT&T는 OTT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와 콘텐츠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통신사는 OTT 시장에 진입하며 플랫폼과 콘텐츠의 결합을 가장 빠르게 끌어낼 수 있으며, 이는 결합상품 등의 증가로 시장 장악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셜 전략에도 부합되는 말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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