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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OTT 춘추전국 시대] "누가 포트나이트의 시간 빼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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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전체의 시간"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넷플릭스는 올해 초 실적을 발표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넷플릭스는 "우리의 라이벌은 디즈니가 아니라 유튜브, 포트나이트”라면서 “유튜브가 지난해 말 다운됐을 당시 넷플릭스의 시청 비중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OTT의 미래는 시장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시간을 향유하는 모든 것에 있다는 뜻이다. 나이키의 라이벌이 닌텐도며, 대형마트의 라이벌이 놀이동산과 동물원이라는 논리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이러한 탈영역의 경쟁이 가능해지려면, 특정 시장 플레이어의 큰 그림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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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융합, 그리고 5G

IPTV의 등장으로 방통융합은 시대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물론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과 통신 모두 공공의 영역에 속해있으나 방송은 공공성에 더 집중하고, 통신은 기계적 공공성을 지키며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PTV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며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사들이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자 일각에서 IPTV의 케이블 인수전을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로 케이블 방송사들은 통신사들이 IPTV와 휴대전화 결합상품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자 과도한 시장 지배력 전이라고 비판했으며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서자 반대진영에서는 "약탈적 미디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럼에도 방통융합은 이 시대의 미디어 트렌드로 손색이 없다. 모바일 혁명의 시작으로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등장했고, 양방향 시청환경 등 새로운 사용자 환경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송과 통신이 결합해 더 나은 시청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대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웨이브 출범식 당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유독 방통융합의 성과를 어필한 이유다. 그런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OTT의 시대를 맞아 웨이브를 통해 어게인 지상파 시대의 꿈을 숨기지 않은 가운데, 유관 부처 수장들은 방통융합의 가치로 웨이브를 설명했다.

실제로 최 장관은 "글로벌 방송 미디어 환경은 빠르고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면서 “인터넷 및 모바일 시대를 맞아 미디어 빅뱅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위원장은 “5G 시대를 맞아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OTT 시대의 한류 도약에 나서야 한다”면서 “웨이브는 첫 방통융합의 성과"라고 추켜세웠다.

현재 국내 미디어 업계는 소위 시어머니가 두 명인 상황이다. 과기부와 방통위가 모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방송위원회 시절에는 한 명의 시어머니만 존재했으나 박근혜 정부 당시 과기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미래부-과기부는 미디어 산업의 진흥에 집중하고 방통위는 미디어 공공성 및 규제에 집중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방통융합 기조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미디어가 통신과 결합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부처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연합하는 장면은 두 부처 입장에서 요원해 보이던 방통융합의 첫 성과라는 상징성이 있다.

방통융합의 기조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5G의 존재감에도 시선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방통융합 트렌드의 핵심인 통신의 강력한 무기이자, 미디어 콘텐츠를 향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가능한 것도 5G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5G는 일종의 고속도로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보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킬러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보낼 수 있다는 수준으로는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통신사들은 탈통신 전략의 일환으로 5G 킬러 콘텐츠 중 하나를 미디어 콘텐츠로 낙점했다. 통신사들은 5G 시대로 접어들며 기반 인프라인 통신 네트워크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이를 통해 파생될 수 있는 ICT 전략을 가동, 일종의 탈통신 전략을 추구하게 됐다. 네트워크 인프라와 ICT 경쟁력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카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사 서비스에 망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제로레이팅도 매력적인 수단이다.

5G 시대와 탈통신의 시대에서 통신사들이 미디어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기존 OTT 사업자에게도 기회다. 5G를 통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의 킬러 콘텐츠는, 미디어 콘텐츠다. OTT의 등에 날개가 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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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 오른 OTT, 내전의 승자는?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업자의 침공에 맞서 웨이브 및 토종 플랫폼들이 대응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및 사용자 경험 확보 등 다양한 전선이 충돌하는 분위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콘텐츠 파괴력이다.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OTT 설립을 예고한 순간, 플랫폼의 생명줄은 콘텐츠가 쥐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수세에 몰리고 있으며, 간판으로 내세웠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도 다소 흔들리는 중이다.

국내 OTT 시장도 마찬가지다. 웨이브에 CJ와 JTBC 콘텐츠가 빠지며 일종의 콘텐츠 파편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제 선호하는 콘텐츠에 따라 OTT를 선택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 파편화 현상은 곧 OTT의 생명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천리마마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CJ와 JTBC의 품으로 달려가고,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왓챠플레이의 품에 안기는 세상이다. iOS 생태계에 있다면 애플TV 플러스를 선택할 것이며 아마존 특유의 스펙트럼을 선호한다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격이다. 미국 드라마와 국내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넷플릭스로, 지상파를 좋아한다면 웨이브로 간다. 결국 치열한 국내 OTT 시장 패권 향배는 누가 매력적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느냐 혹은 콘텐츠 판권을 가져올 수 있느냐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파워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콘텐츠가 권력을 가지고 플랫폼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관건은 얼마나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충성 고객들을 모을 수 있느냐와 얼마나 큰 자본을 움직여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서며 외연을 확장하느냐에 달렸다.

최후의 승자, 포트나이트와 싸운다

OTT 춘추전국 시대가 끝나면 또 한 번의 건곤일척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용자의 전체 시간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넷플릭스가 자사의 라이벌을 포트나이트로 규정한 것처럼, 이제 전체 스트리밍 시장의 향배를 두고 벌이는 전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사실 OTT 각 업체들의 입장이 갈리지만, 대체적으로 경쟁은 시장의 확장을 가져온다. 미래에셋대우 김수진 애널리스트는 “디즈니의 OTT 시장 진출은 넷플릭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라면서 “콘텐츠 시청 플랫폼이 현재의 케이블과 IPTV에서 OTT로 넘어가면 OTT 시청 시간이 총 5000만 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OTT의 패권을 잡는다면 다음 차례는 전체 이용자의 시간이며, 이 지점에서 OTT의 갈 길은 멀다. 실제로 캐나다의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샌드바인(Sandvine)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전 세계 모바일 스트리밍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머물렀다. 미국을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전체 TV 스크린 소비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에 불과하다. OTT 시장에서의 전투만 염두에 둔다면 성장한계가 뚜렷하지만, 전체 스트리밍 시장(이용자의 시간)을 고려하면 성장의 여백이 넓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려면 충실한 기본기로 OTT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스트리밍 시장을 노리는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절실하다. 나아가 시장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모든 경쟁자가 자기가 속한 시장에서 이전투구만 몰두하고 있을 때, 더 큰 시장을 노리며 기존 경쟁자들을 졸지에 닭 쫒던 개로 만드는 큰 그림이다.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이 주장한 신유통 프레임이 좋은 사례다. 그는 이커머스 시장이라는 국지적 전장이 아니라, 종합 ICT 플랫폼을 표방하는 신유통 프레임을 통해 단박에 라이벌을 압도했다.

판을 바꾸는 자, 또 다른 시장의 도전이 기다린다. 누가 OTT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전체 스트리밍 시장의 패권을 두고 OTT 및 게임, 문학, 아웃도어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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