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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부자나라 왜 돕나"…'트럼프 복심' 美합참, 주한미군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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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합참의장 주한미군 카드 공식화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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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카드를 꺼냈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거나, 만족할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하겠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미 군부를 대표하는 합참의장이 총대를 메고 한 발언에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조약 동맹국인 한국,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에서 필수”라며 “한ㆍ미ㆍ일 세 나라는 우리가 함께 하고, 단합할 때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향한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다. 이날 일본에 도착한 밀리 의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마자키 고지(山崎幸二) 통합막료장(한국 합참의장)을 잇따라 만났다.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한국을 찾는다.

밀리 의장은 “한ㆍ일 두 나라가 2016년 체결한 지소미아는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해 핵심”이라며 “두 나라가 지소미아를 연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11월 22일 자정)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다. 그러면서 “한ㆍ일이 다툴 때 이득을 보는 유일한 나라들이 북한과 중국”이라며 “동맹 내부의 마찰은 공통의 가치와 전망, 안보적 필요성 등 공유하는 게 많은 나라 간에 우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명확히 북ㆍ중의 이익에 부합하며, 한ㆍ미ㆍ일 세 나라 모두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보통(average) 미국인들은 한ㆍ일 두 나라에 미군을 전방 파견한 것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하면서다. 그러면서 “왜 그들이 거기 필요하며, 얼마나 비용이 드나, 그들은 매우 부자이고 부유한 나라인데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느냐”라며 “이것들이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질문들”이라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병력 철수를 제안한 첫 대통령이 아니다”며 지미 카터 대통령도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동안 미 군부는 동맹에 우호적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미 군부의 최고위층인 밀리 의장이 ‘주한미군’을 언급한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밀리 의장은 “어떻게 미군이 무력충돌 발생의 예방ㆍ억지에 있어 동북아시아에서 안정화 역할을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겉으론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미국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속에선 한국이 미국 대중이 납득할 정도로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대목이다.

미국은 한국의 성의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밀리 의장의 방한 일정과 맞물려 있는 한ㆍ미동맹의 최대 현안들이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의 메시지 수위가 이례적으로 한층 더 높아졌다”며 “주한미군을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걸 암시하면서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을 소리 없이 경고했다는 해석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센터장은 “밀리 의장은 비즈니스 센스가 있는 장군으로 유명하며, 트럼프의 복심과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리를 합참 의장을 지명했다. 또 밀리 의장의 취임식에 참석해서 “당신(밀리 의장)은 내 친구, 조언자이며 이 직책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주한 미 2사단 대대장 복무한 경력이 있지만, 밀리 의장이 트럼프의 의중과 미국의 요구사항을 한국에 그대로 전달할 인물이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은 막판에 지소미아와 관련한 담판을 지으려는 모양새다. 밀리 의장과,박한기 합참의장, 마자키 일본 통합막료장 등 3국 합참의장 회담이 이번 주 열린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한국ㆍ일본 등 동북아시아를 관할 구역으로 둔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ㆍ태평양사령관도 밀리 의장을 수행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14일 한국에 도착한 뒤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연다. 정 장관과 고노 일본 방위상의 한ㆍ일 국방장관 회담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계획됐다고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밝혔다. 두 사람은 16일 방콕에서 시작하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ㆍ미ㆍ일 3국의 군 지휘부가 연달아 회동하는 셈이다. 제임스 김 센터장은 “미국이 한ㆍ일 사이에서 중재하기보다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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