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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북한인권결의안, 11년만에 발 뺀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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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국 공동 제안… 한국은 불참, 외교부 "한반도 정세 종합적 감안"

인권단체, 北선원 강제북송 관여 정의용·서훈·김연철·정경두 ICC에 '反인도 처벌' 청원 나서

북한 어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14일(현지 시각)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제안국에서 11년 만에 스스로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국내 북한 인권 단체가 강제 북송과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반(反)인도 범죄자로 기소·처벌해 달라는 청원서를 15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키로 해 이 문제가 국제 사법적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년 만에 공동 제안국에서 빠진 한국

유엔 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각)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채택했다. 유엔이 2005년부터 매년 채택해 온 이 결의안에, 한국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이번 결의안은 유럽연합(EU)이 초안을 만들고 미·일·영 등 61개 회원국이 공동 제안했고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이번에 정부는 공동 제안국에서 빠지고 컨센서스 채택에만 동참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외교가에서는 "남북 대화 재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남 성사 등에 매달리느라 북한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도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에는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일본도 EU와 함께하던 초안 작성을 포기하고 공동 제안국으로만 참여했다.

이번에도 북한 김성 유엔 주재 대사는 결의안에 대해 "모두 적대 세력이 날조한 거짓"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 역시 '북한 인권유린에 가장 책임 있는 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고려' 등의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책임 있는 자'는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최고 지도부로 해석된다.

결의안 채택 후 미국 측 대표는 "국제사회는 인권침해와 유린은 중단돼야 하며 그 원인을 제공한 자들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 정권에 재차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측 대표도 "미래에 책임을 묻기 위한 정보·증거 수집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ICC에 '안보 4인방' 처벌 청원도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김흥광 상임대표)가 북한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 안보 라인 핵심 4인을 기소·처벌해 달라는 청원서를 ICC에 제출하면서 '한국이 정치적 이유로 탈북민을 사지(死地)로 몰았다'는 비판은 국제사회에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ICC 창설에 관한 로마 규정(Roma Statute) 제7조에 따르면 '국제법상 허용되는 근거 없이 주민을 추방'한 것은 '인도(人道)에 반(反)한 죄'에 해당된다. 이 단체는 우리 주민으로 볼 수도 있는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이 여기 해당한다고 보고, ICC에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로마 규정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했던 가입 당사국이다. ICC 회부는 가입 당사국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만 할 수 있지만, ICC 소추관이 인권 단체의 정보를 검토해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전심 재판부의 허가를 얻어 독립적으로 수사·기소할 수 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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