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공대에 100여명만 남아… 밧줄 타고, 하수 터널로 탈출도
경찰청장 "시위, 테러에 가까워"
폼페이오 "심각하게 우려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이공대에서 미성년자 200여명을 포함해 600여명이 이탈했다"며 "학내에는 100여명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한 600여명을 포함, 이공대와 주변에서 총 1100명을 체포·등기(자수한 미성년자 정보를 기록하는 것)했다"고 밝혔다.
홍콩이공대에서 시위 중이던 시위대가 18일 밤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약 10m 높이의 육교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왼쪽 사진). 19일에는 홍콩이공대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하수 터널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9일 "홍콩이공대에 있던 시위대(700명) 가운데 600여명이 해산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홍콩 입법회(의회) 의장을 지낸 재스퍼 창 등 정치인과 교사 등은 18일 오후 11시쯤 이공대를 방문해 시위대에게 해산을 권고했다. 이들은 미성년자 시위대의 경우 경찰에 신상 정보만 알려주면 일단 귀가 조치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전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19일 캠퍼스로 들어가 미성년자 시위대를 인솔해 나왔다. 지친 듯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거나 울면서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성인 시위대는 학교 출입구에서 몸수색을 받은 후 체포됐다. 한 시위 참가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배고픔과 추위 때문에 나왔다"며 "많은 사람이 다쳤지만 학내에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위대 수십 명은 18일 밤 약 10m 높이의 육교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대기 중인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중 3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수 터널로 탈출을 시도한 시위대도 있었다.
홍콩이공대에서는 지난 17일 오전부터 24시간 이상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져 경찰 장갑차에 불을 지르고, 경찰은 학교와 주변 도로 등 둘레 2㎞ 지역을 봉쇄하고 특공대와 저격수를 배치했다.
대학 점거 시위가 막바지로 가고 있지만 홍콩 내 반(反)정부 시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시위대 수천 명은 18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공대 지원 시위에 나섰다. 건물 벽에 페인트로 '6·4(천안문사태) 2.0이 이공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글을 쓰고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으로 대응했다. 19일 저녁에도 몽콕 등에서 산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압박했다. 19일 홍콩 경무처장(경찰청장)에 임명된 크리스 탕은 과격 시위 상황이 "테러리즘에 가깝다"고 했다. 매일 정오 집회가 열렸던 센트럴 지역에는 이날 경찰이 대거 배치됐다. 14일 이후 6일간 문을 닫았던 홍콩 내 초·중·고는 20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고 홍콩 교육국은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중국은 자유 측면에서 홍콩 국민에 대한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들은 홍콩반환협정에서 약속된 자유와 진보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어떤 법률적 근거나 자격도 없으면서 중·영 연합성명(홍콩반환협정)을 인용해 홍콩 문제에 왈가왈부하고 있다"며 "폭력적 위법행위를 종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중국 당국은 집회에서 복면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홍콩기본법에 반한다고 한 홍콩 고등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 대변인은 "홍콩 정부의 통제권을 크게 약화시킨 판결"이라며 "홍콩 법률이 홍콩기본법에 맞는지는 전인대 상무위가 판단하며, 다른 어떤 기관도 판단·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이에 홍콩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홍콩=박수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