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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이슈 총선 이모저모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출신’ 경력 총선 프리미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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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등록 예비후보 41명 사용 확인돼…“엄격검증 필요” 주장도



경향신문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새로운보수당 정동희(오른쪽) 예비후보가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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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엔) 잠깐 있다 나온 상황이라서 잘 모른다.” 경기 안성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종군 동아방송예술대 평생교육원장의 말이다. 묻는 이유를 잔뜩 경계한 눈치다. 안성시장은 이번 총선과 함께 재선거가 치러진다. 지난해 9월, 우석제 전 안성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판결이 나면서 당선무효가 확정됐다. 우석제 안성시장의 소속은 민주당이었다. 윤 원장은 연설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2018년 3월 청와대를 나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청와대를 그만둔, 말하자면 ‘퍼스트펭귄’ 군(群)에 속한다.

그가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인 그해 2월 28일, 여성가족비서관이었던 은수미 성남시장이 사표를 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서다. 은 시장은 성공했고, 윤 원장은 실패했다. 안성시장 민주당 후보 자리는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쪽에서 건너온 우 전 시장에게 돌아갔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전·현직 참모는 60~70명에 달한다.” 언론 보도가 앞다퉈 인용하는 수치다. 근거는 무엇일까.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예비후보 명부에 기재된 경력이다. 언론 보도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253개 지역구 전수조사를 통해 ‘문재인 청와대’ 경력을 밝히고 있는 후보자 수를 집계해봤다. 모두 41명이다.(1월 8일 현재) 물론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 중인 이낙연 총리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경력 표기가 일관적이진 않았다. 서울 강서을에서 출마 준비 중인 진성준 전 의원은 ‘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과 ‘19대 국회의원’으로만 밝히고 있다. 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역임했다. 선관위 예비후보 등록서류에 경력란에는 두 개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최대 70명 청와대 참모는 과장

최대 70명까지 집계되는 ‘마법’은 이 예비후보 경력에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거론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19대 문재인 후보 지역대책위 경력이나 민주평통자문위원과 같은 대통령을 내세운 경력은 엄밀히 말해 ‘전·현직 참모’로 분류하기 어렵다.

“당 경선용 아니겠느냐. 본선보다는….”

1월 6일 기자를 만난 청와대 인사의 말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모두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 시스템을 보면 아직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상당수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 프리미엄’을 업고 가기 위해 쓴다는 것이다. 후보는 최종적으로 2월 말, 늦어도 3월 중엔 확정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에 내는 서류에 기재하는 경력과 선관위 제출 경력은 다르다. 후보 확정 경선은 권리당원 50%와 일반 유권자 50%의 전화투표를 통해 치러진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권리당원은 당원명부가 있으니 인바운드로 실시되지만, 일반 유권자는 아웃바운드, 즉 일반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여론조사처럼 “다음에 나열된 사람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고 묻고 선택하도록 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여론조사와는 다르다.” 이 관계자 역시 청와대 경력 사용에 비판적이다. “권리당원들조차 우리 동네에 나오는 민주당 후보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우 후보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민주당의 당세가 센 동네에서는 어떻게든 대통령과 관계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어필이 되니까 억지춘향이라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대통령 내지 청와대 마케팅’은 항상 당내 불만과 논란을 야기해왔다. “청와대에 간 사람들만 이 정부를 만들었나. 시쳇말로 연줄을 잡아 캠프에 들어간 사람은 나중에 청와대에까지 들어가고, 특정 라인에 들지 못한 사람은 청와대에 못 간 것 아니냐. 정치권에 있다가 청와대에 갔다 선거 전에 나온 사람은 솔직히 타이틀을 만들려고 간 경우가다. 박사 같은 타이틀은 그래도 자기 노력으로 딴 것인데, 청와대 경력을 자신이 노력해 만든 타이틀인 양 써먹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주당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다른 후보들로부터도 불만이 나온다. “청와대 경력을 내놓는 후보가 지역에서 시의원을 할 때 불명예스러운 일로 트러블이 있었다. 그 경력은 빼놓고 청와대 경력과 유력 의원 보좌관 경력만 써놓았다. 말하자면 청와대 경력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경력 세탁용이었다.” 이 예비후보는 상대 후보의 불명예 경력에 대해 “지금은 소문이 안 났지만 상대 당 측에서는 그 후보가 공천받고 올라오면 써먹기 위해서 아끼고 있는 카드”라고 주장했다.

광흥창팀 윤건영 출마로 촉발된 논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력을 내놓는 후보들은 어떻게 말할까. “사실 내가 등록한 지역구는 험지 중 험지다. 설혹 당선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정치철학과 내용을 지역에서 공유·전파되도록 민주당 깃발을 들고 열심히 할 것이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에 출사표를 낸 박남현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의 얘기다. 인근 창원 성산 지역구는 고 노회찬 의원을 비롯, 여영국 현 의원까지 ‘진보’가 강세지만 마산합포는 구도심이라 다르다. 최근까지 한 번도 민주당이 이긴 적이 없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지사가 당선되었지만 이 지역구에서는 열세였다. 박 전 행정관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경력을 팔고 다니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고 조언하는 분도 있지만 본선에 나가게 되더라도 꿋꿋이 청와대 근무경험을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 대덕구는 ‘문재인 청와대’ 경력을 가진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박영순·최동식 예비후보다. 기자와 통화한 최동식 후보는 “지역구 2선 의원인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만 5전 5패를 기록하고 여섯 번째 리턴매치를 하는 박영순 선배에 대한 피로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덕구의 경우 정용기 의원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고, 지난 선거에서 구청장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박희조 후보도 보수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며 “청와대 출신이라는 것이 프리미엄이 되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프리미엄에 대한 당내 논란은 최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의 지역구인 구로을에 출마하는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 청와대 경력자 중에서도 ‘슈퍼갑’, ‘핵심 중의 핵심’으로 불리는 광흥창팀 멤버였다. 실제 광흥창팀 멤버로 알려진 13명 중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나온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과 충남 서산태안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한기 전 의전비서관 정도였다. 당초 경남 양산 출마가 유력했던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은 드루킹 재판 등 현안 관련으로 출마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에는 한때 윤 전 실장을 전략공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구로을로 선회한 뒤, 경남지사를 역임한 김두관 의원을 공천하자는 주장이 당내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1월 6일 당지도부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청와대 출신들을 더 가혹하게 검증해 경선을 치른다는 방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신용철 정책컨설팅그룹 더 체인지플랜 선임연구원은 “청와대 경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예비후보 등록한 지역구를 보면 거개가 호남이나 수도권”이라며 “그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를 책임지고 정권 재창출을 하려는 생각이나 고민이 있다면 호남이나 수도권이 아니라 영남과 같은 험지 출마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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