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된 첫 제재심은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 은행이 각각 의견을 내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감원이 문책경고(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부회장은 이날 직접 제재심에 참석해 변론에 나섰다.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 단체들이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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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시작된 KEB하나은행에 대한 심사는 오후 7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진행된 우리은행에 대한 심사도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결국 제재심의 위원들은 경영진과 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론내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을 개최해 하나은행 및 우리은행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으나 논의가 길어짐에 따라 추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음 제재심을 오는 30일 연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논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앞당겨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재심의 위원들이 11시간에 달하는 심의에도 징계 수위를 결론짓지 못한 것은 그만큼 두 최고경영자(CEO) 중징계가 불러올 파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두 금융사 모두 지배구조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징계 수위와 시점에 따른 셈법이 복잡한 곳은 우리금융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됐다. 손 회장의 연임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임원 중징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만약 주총 전에 금융위 결정이 나올 경우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린다. 손 회장이 연임을 하지 못하면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 우리금융이 적잖은 내홍을 겪는 것은 물론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매각 절차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주총 이후에 제재안이 결정될 경우 손 회장의 연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위의 결정 시점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이 판가름나는 상황이다.
함 부회장의 경우 차기 하나금융 회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차기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핵심 쟁점은 내부통제 부실로 경영진을 제재할 수 있느냐다. 금감원은 이번 DLF 불완전 판매에 본점 차원의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의 과도한 실적 압박과 내부통제 부실이 DLF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은행은 영업점 직원들에게 DLF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DLF 판매 평가 배점을 올려 판매를 독려했다. 또 금감원이 현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DLF 관련 문서를 삭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있는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원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여러 법률 자문을 거쳤고, CEO 징계에 대한 충분한 법적 근거도 확보했다"고 했다.
은행 측은 이날 제재심에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는 논리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는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통제가 부실할 경우 CEO를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현재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은행 측은 또 손 회장과 함 부회장 등 경영진이 DLF 불완전판매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감원도 DLF 현장 검사에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 등 경영진이 직접 DLF 판매를 지시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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