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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줌인] 아이오와 코커스로 본 美 민주당 경선 3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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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는 ‘게임체인저(흐름이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인물이나 사건 등)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6일(현지시각) CNN은 민주당 첫 대선 후보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대이변을 일으킨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이후 경선에서 기대하는 만큼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부티지지 라는 38세 정치 신인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조 바이든의 몰락을 예견하게 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트럼프의 선거 개입을 비난하며 투명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개표 지연'이라는 대참사로 아이오와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① '역대 최악 참사' 겪은 민주당, 자중지란 어떻게 수습할까
"더 이상은 안 된다.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아이오와 민주당에 즉각적인 재확인(recanvass)을 요구한다."

아이오와 민주당이 코커스가 끝난지 사흘째 최종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톰 페레즈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재확인'을 요구했다.

재확인은 각 선거구에서 올라온 결과 보고서를 하나하나 손으로 다시 돌려보는 작업이다. 개별 유권자의 선호 후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재검표(recount)보다는 시간이 덜 소요 되지만 기초 선거구가 1700개가 넘는 만큼 다른 주(州) 경선이 끝난 뒤에야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소 100개의 선거구에서 보고한 결과가 규정상 불가능한 수치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70개 선거구 에선 일부 유권자가 1차 투표가 끝난 뒤 중간에 합류한 사례가 나타났다. 일부 선거구에선 1차 투표에서 15% 미만 지지율을 얻은 후보가 2차 투표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최종 투표율과 대의원 할당 수가 맞지 않은 선거구도 있었다.

대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의 화제성을 ‘결과 발표 참사’로 날려버린 민주당은 당분간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선거 투명성을 다시 확보하지 않는 한 트럼프 쪽으로 기운 대선 판도를 바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NS에선 이 투표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조 바이든 등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일부 캠프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내부 진흙탕 싸움은 트럼프와 공화당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② 부티지지 돌풍,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까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의 최대 수혜자는 부티지지다. 그동안 전국 단위의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버니 샌더스는 물론 엘리자베스 워런에게도 뒤쳐졌던 부티지지는 아이오와 민주당이 발표한 첫번째 중간집계 결과 1위에 오르는 대역전극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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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주지사. / 부티지지 캠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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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일색인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젊은 부티지지는 '백인 오바마', '민주당의 미래'라는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트럼프에 대항할 새로운 젊은 얼굴을 찾던 민주당 중도층 사이에서 좌파 성향인 샌더스와 워런의 대안으로 부티지지가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티지지는 샌더스의 지지기반이 약한 45세 이상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초반 돌풍’을 노린 부티지지 캠프의 전략적 승리다. 인지도가 낮은 부티지지는 아이오와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후보들보다 오랜 기간 공을 들였고 선거자금도 집중적으로 투입 했다. 부티지지는 모아둔 선거자금이 대부분 고갈돼 유권자들에게 "당장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개표지연 사태로 언론 주목도가 분산된 데다 아이오와의 지역적 특성 덕분에 부티지지가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성애자로 남편을 둔 부티지지는 흑인 지지기반이 약한데, 아이오와는 백인 비율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CNN은 "민주당 유권자 입장에선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절박한 상황이지만 부티지지의 이력서는 그의 단점을 부각시킨다"며 "상대적인 경험 부족, 젊은 나이, 핵심 가치에 대한 불안 등은 여전히 큰 불안요소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2차 투표로 진행되는 아이오와 코커스 시스템이 부티지지에게 유리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오와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5%를 얻지 못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2차 투표에서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일부 선거구를 분석한 결과 샌더스는 1차 투표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부티지지는 1차 투표에서의 득표율은 낮았지만 앤드류 양, 에이미 클로버샤, 엘리자베스 워런의 지지자들의 두번째 선택을 받으며 2차 득표율이 올라갔다.

트럼프 탄핵 역풍 맞은 바이든, 회복 가능할까
바이든은 민주당이 추진한 트럼프 탄핵에 되려 역풍을 맞은 피해자가 됐다. 작년 9월 21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바이든은 워런에 그 자리를 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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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은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샌더스, 부티지지, 워런에 이어 4위를 기록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 바이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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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리 초반에는 민주당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트럼프를 궁지에 모는 듯 했지만 국면이 장기화 하면서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졌다. 공화당에선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탄핵 대상'이라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5일(현지시각) 미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며 트럼프는 완전히 면죄부를 얻었다.

바이든이 유세 기간 행정 경험과 선거 능력을 강조했지만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신선한 얼굴과 대담한 아이디어를 원하는 민주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이 '몰락했다'고 평가 하긴 아직 이르다. 바이든은 오바마의 오랜 동반자로 흑인 지지층이 두터운데, 아이오와는 흑인 거주 비율이 10% 이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선거캠프에선 그가 인종 구성이 다양한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 에선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 아이오와, 대선풍향계 의미 퇴색

이번 코커스를 계기로 아이오와가 대선 풍향계로서 의미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972년 첫 코커스 이후 아이오와에서 1등을 차지한 10명 중 7명이 대선 후보로 선출 됐다. 무명이었던 지미 카터, 버락 오바마는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킨 뒤 폭발적 관심을 받았고 언론 노출, 선거자금 모금으로 이어져 대통령에 당선됐다.

올해 민주당은 개표 지연이라는 전례 없는 참사로 아이오와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탄핵 부결,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호시탐탐 민주당을 물어뜯을 거리를 찾고 있었던 트럼프에게 좋은 소재를 던져준 최악의 실수였다.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오른 적이 없는 38세의 정치 신인 부티지지가 70대 노장 버니 샌더스와 1,2위를 다툰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민주당의 '결과 보고용 앱'이 왜 문제였는지 보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뉴욕포스트는 "민주당은 지난 3년 간 선거 안보를 맹비난 했고 최근 4개월 간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간섭할 것이라며 소리를 질렀다"며 "그러나 2020년도 예비선거 첫번째 투표가 대참사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음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당원만 참여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는 일반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대중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일반 투표처럼 투표소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하기 때문에 아이오와에서 있었던 참사가 벌어질 일도 없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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