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③수수께끼 자동차 용어-직렬·V형·직접분사?[과학을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10기통 엔진을 장착한 스포츠카의 엔진룸. 기통수가 늘어날수록 엔진룸의 구조는 복잡해집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3.3 가솔린 모델은 A사의 '플래그십(최고급)' 모델답게 최고출력 290마력을 내는 V형 6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2.5 가솔린 모델에는 새로 개발된 스마트스트림 G2.5 엔진이 탑재됐다. 스마트스트림 G2.5 엔진은 속도와 분당 회전수(RPM)를 고려해 연료 분사방식을 상황에 따라 직접분사(GDi)나 간접분사(MPi) 방식을 선택, 연료를 최적으로 분사한다."


최근 국내 출시된 신차에 대해 소개한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이 기사에는 'V형 6기통', '직접분사(GDi)', '간접분사(MPi)' 등 수수께끼 같은 자동차 용어가 등장합니다. 엔진의 기통 수를 따지기 전에 먼저 배기량을 알아야 합니다.


배기량은 엔진 실린더 내부의 부피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피스톤의 움직임으로 실린더에서 배출하는 기체의 총량을 일컫는 것이지요. 실린더 내부에서 공기가 연료와 혼합해 폭발이 일어나 피스톤을 움직이게 됩니다. 이 피스톤이 움직이는 공간의 부피가 배기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배기량이 크면 피스톤이 움직이는 양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배기량이 크면 차량의 힘도 좋습니다. '배기량 2000cc'라고 하면 실린더에서 배출되는 기체의 총량, 피스톤이 움직이는 공간의 부피가 2000cc라는 의미입니다. 이 배기량이 엔진의 크기, 차량의 급수를 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자동차 세금도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아시아경제

실린더의 배치 형태에 따라 수평대향형(사진 맨 위), 직렬형(가운데), V형(맨 아래)으로 나뉩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개발된 것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하나의 실린더에는 하나의 피스톤이 들어있고, 이 실린더의 갯수가 바로 기통 수입니다. 6기통은 실린더가 6개짜리 엔진이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기통 수가 많으면 힘은 좋겠지만, 연료는 더 많이 먹습니다. 4기통은 4곳에 연료를 보내지만, 6기통은 6곳에 연료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4기통, 6기통, 8기통 이런 식으로 나눈 것은 왜 그럴까요? 예를들어 배기량 1600cc 엔진의 실린더를 만들려면 그 크기가 1.5리터(ℓ) 짜리 패트병보다 커야 합니다. 작은 엔진룸에 원통형으로 만들기는 너무 큰 사이즈이고, 그 정도 크기면 진동과 소음도 엄청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똑같은 크기의 원통 실린더를 여러 개로 나눠 만듭니다. 엔진룸 공간과 다른 공간 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 경차인 800cc 마티즈는 3기통, 1000cc 모닝과 2000cc 소나타는 4기통, 그 이상은 6기통, 8기통 이런 식으로 제작되는 것입니다.


'V형'은 공간이 좁아 각 실린더를 V자 형태로 배치한 것입니다. 보통 6기통부터 좌우 3개씩 세로로 배치해 아래에서 만나는 모양의 V자 형태로 만듭니다. 가로 일자 형태로 나란히 실린더를 배치하면 '직렬형', 실린더가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되면 '수평대향형'이라고 부릅니다.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단순히 형태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제원을 표시할 때 'V6', 'L6', 'I6' 등으로 표기하는데 V형 6기통, 직렬형(L형) 6기통이라는 의미입니다. 직렬을 뜻하는 'In-Line'을 I나 L로 표기하기 때문입니다.


'직접분사(GDi)'나 '간접분사(MPi)'의 의미는 연료의 분사 방식을 따진 것입니다. 'GDI(Gasoline Direct Injection)'는 가장 흔한 방식의 가솔린 엔진에 해당합니다. 실린더 내부의 인젝터가 연료를 직접 분사해 폭발력을 강하게 만드는 방식이고,

'MPI(Multi Point Injection)'는 실린더 밖에서 공기와 혼합한 뒤 연료를 주입해 폭발시키는 방식입니다.

아시아경제

보기 드문 'V형 10기통 엔진'의 모습입니다. 실린더를 가로로 직렬배치할 수 없어 V자 형태로 양쪽에 5개씩 배치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GDI는 연비와 출력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소음과 진동이 큰 편이라고 합니다. MPI는 출력 및 연비가 GDI보다 낮지만 진동이나 소음은 더 적고,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그러니까 위 기사에서 "연료 분사방식을 상황에 따라 직접분사(GDi)나 간접분사(MPi) 방식을 선택, 연료를 최적으로 분사한다"는 말은 "고속·가속 주행할 때는 GDI 방식을, 저속·정속 주행할 때는 MPI 방식을 선택해 연료의 연소율, 즉 연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용어들을 미리 이해하고 있다면 차량을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영업사원이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잘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최소한 운전자의 성향과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적절한 차량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가속력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GDI 방식의 가솔린 엔진을, 연비나 내구성·정숙성 등을 중시한다면 앞서 소개된 엔진이 장착된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요. 전문가가 아닌 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할 필요는 없지만 세금의 기준이 되는 배기량과 엔진의 종류, 출력과 토크, 연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