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5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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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익 우선' 원칙 입각한 결정…"사법부 불신 초래" 비판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다스 의혹'으로 항소심에서도 징역17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엿새 만에 석방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 재항고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주장한 집행정지 효력을 놓고 이견이 있다며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구속집행을 보류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잡음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1형사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5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당일 오후 7시37분께 법정구속 6일 만에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지난해 3월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15년을 선고받은 뒤 건강상 이유로 보석 석방됐다.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았지만, 19일 2심에서 징역17년을 선고받으며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치소에 갇혔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25일 대법원에 2심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하는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재항고란 항고 법원 또는 고등법원 결정에 헌법과 법률, 규칙 위반의 여지가 있을 때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하는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말한다. 변호인단은 이러한 재항고는 즉시항고의 일종으로 "즉시항고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는 형사소송법 410조에 따라 구속집행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즉시항고와 달리 재항고와 관련해 재판 집행 정지를 명시한 조항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시적 조항 뿐만이 아니라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어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구속 집행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법령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만큼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 기본원칙에 따르겠다는 취지다. 재항고장이 접수된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면 이 전 대통령은 다시 수감된다.
피고인이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례는 흔치 않다.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인용된 대법원 판례 역시 찾기 힘들다. 약 14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남대학교 설립자 이홍하(82) 씨가 2013년 4월 건강상 이유로 청구한 보석이 기각되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 3부는 "보석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 조치는 정당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규칙상 위반이 없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재판부 결정이 집행 정지된 사례는 더욱 드물다. 형사소송법 410조를 사유로 구속 집행 정지를 주장한 전례 역시 찾기 힘들어 이 전 대통령 측 근거가 과연 보석 취소 불복 사유로서 타당한지 의견이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재판부로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형사소송법 기본 원칙 등에 비춰봤을 때 이 전 대통령의 석방은 일리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명시적 조항이 없는 만큼 재항고시 재판 집행 정지 효력이 있는지 입법적 논의가 이뤄질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수감된지 6일만에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이 전대통령은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접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결정이 나올때 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한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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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 아닌 일반 시민이라면 이러한 '이점'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건부이긴 하나 이미 1·2심에서 각각 15년과 1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또 다시 풀려난 이 전 대통령의 석방에 이견이 적지않은 이유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2018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80%에 육박한다. 불구속수사원칙과 피고인 방어권 측면에서 구속적부심과 보석 석방 등 구속 결정에 대한 불복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석방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체포·구속적부심사 청구사건에서 석방률은 △2014년 20.5% △2015년 16.4% △2016년 15.1% △2017년 14.3% △2018년 12.2%로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타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같은 보석 청구가 허가된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총 5583건의 보석 청구가 각급 법원에 접수됐지만 33.3%(1865건)만이 허가됐다.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유무죄를 판단하는 재판도 아니고 이미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인신구속 타당성을 점검하는 지금 시점에서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원칙 등 형사소송법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 중요한 건 징역17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형사범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전 대통령과 같이 구속집행이 정지될 수 있을 것인가다. 일반 시민들의 사례와 비춰 봤을 때 법적 형평성에 맞지 않고, 나아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입법발전소) 역시 "즉시항고와 달리 재항고는 관련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아 법리적 논쟁 여지가 있다. 만약 재판부가 이처럼 이견이 있는 사안이라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입각해 결정을 내렸다면 변호사로서 찬성한다"며 "다만 전직 대통령이 아닌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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