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협정 끝난 뒤 연장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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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달러 수요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가 시장 안정화 방안의 핵심 수단인 한-미 통화 스와프(교환) 협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 통화 스와프 체결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는 든든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내막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아직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 악화에 대비해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면 양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 올 수 있다. 달러 확보가 그만큼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미국은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스위스, 일본 등 5개 중앙은행과 상시로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미국이 협정 대상을 확대한 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다. 당시 자국의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서 전세계로 달러가 공급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전반적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퍼졌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 싱가포르, 브라질 등 10개 나라와 2010년까지 3년 한시로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스와프 협정 금액은 300억달러였다. 스와프 체결 발표 전날인 2008년 10월29일 원-달러 환율이 1478원까지 치솟았다가, 발표 다음날인 31일에는 1291원으로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한-미 통화 스와프는 당시 협정 기간이 끝난 뒤에는 연장되지 않았다.
통화 스와프는 양쪽의 필요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아직 전반적인 세계 금융위기로 번지거나 우리의 보유 외환이 위험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특효약’인 만큼 사태 악화에 대비한 비상 계획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존에 맺은 통화 스와프 금리를 인하했지만 새로운 국가와 스와프를 체결할 필요성은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언론에서는 한국과 통화 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7일 기자 칼럼에서 “달러 조달 시장이 멈추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국가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2008년 연방준비제도와 브라질, 한국 사이에 개설된 임시 스와프 라인이 다시 가동될 수 있고, 다른 많은 국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나라 가운데 일본과 통화 스와프 협정도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양국의 외교적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처음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가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해 결국 2015년에 완전히 중단됐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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