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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병 주고 약 준다는 중국 "코로나 진료기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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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바이두·화웨이 주도, 각국에 원격·AI 진료 시스템 제공

마스크·의료물자도 대대적 지원

태블릿PC 기부, 와이파이 설치… 美가 제재하는 통신장비 설치 포석

"중국이 선보인 온라인 진료 서비스가 해외에 있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통받는 각국 시민에게도 유용하게 쓰였으면 합니다."

지난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華春瑩)은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중국 IT 공룡 텐센트가 운영하는 글로벌 원격 진료 사이트 '위닥터(WeDoctor)'로 연결되는 링크를 남겼다. 한 나라의 외교부 대변인이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화 대변인은 이와 함께 알리바바바이두가 운영하는 비슷한 원격 진료 서비스도 언급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새 창에서 'Free Consultation(무료 진료)'이라고 쓰인 위닥터 사이트가 뜬다. 버튼을 클릭하고, 간단한 증상 묘사와 함께 이름·나이·거주 국가 등 정보를 입력했다. 그러자 약 15초 만에 중국 인민해방군 제901의원에 근무하는 전문의와 실시간 채팅창이 열렸다. 사이트 개설 10여 일 만에 페이지뷰(PV) 수는 1236만회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린 진원지인 중국이 이젠 자국 IT 대기업을 앞세워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쓰일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병 주고 약 주는 셈이다. 중국이 글로벌 위기를 틈타 새로운 '테크 실크로드'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의 '선의' 뒤에는 미국과 무역 전쟁으로 막혔던 시장을 새롭게 뚫어 보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활용 자국 기술 전파



조선일보

중국 관영 신화망은 지난 23일 "오토 소네놀스네르 에콰도르 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코로나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준 중국 화웨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에콰도르에서 코로나 확산이 가장 심각한 지역의 병원에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보조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네놀스네르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화웨이 기술 덕분에 에콰도르는 남미 국가 중에서 첫 번째로 AI 시스템을 의료에 도입한 나라가 됐다"고 썼다.

앞서 화웨이는 이탈리아·아일랜드·태국·케냐 등 국가에도 기술 지원을 했다. 이탈리아 병원에는 AI 진료 보조 시스템과 와이파이 장비를 설치했고, 의료진에게 화웨이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500대를 기부했다. 다른 나라에도 AI 시스템을 비롯해 원격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이 국가들은 화웨이 주력 사업인 통신 장비가 정보 유출을 이유로 미국 제재에 막힌 가운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겠다고 나섰거나 고려 중인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중국이 이번 도움을 통해 앞으로 통신 장비 수출 등에서 상응하는 보답을 바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는 최근 전 세계 의료 당국에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의 확산 규모와 속도, 지속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31개 성에서 테스트를 거쳤고, 평균 98%의 정확도를 갖췄다”며 “정책 결정자의 중요한 판단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두 역시 바이러스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돕는 AI ‘리니어폴드’를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앙투안 본다즈 프랑스전략연구재단(FRS)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은 ‘유럽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주면서, 미국은 유럽을 돕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호 물품 물량 공세까지

중국은 ‘마스크 외교’도 한다. 전 세계 82개 국가와 기관에 방호복·산소호흡기·진단 키트 등 의료 물자를 제공하는 중국 정부 행보에 발맞춰 기업들도 마스크 기부 등에 동참하는 것이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은 마윈공익기금회와 알리바바 공익기금회를 통해 지난 22일 아프리카에 마스크 540만장, 진단 키트 108만개, 방호복 4만개를 기부했다. 앞서 유럽과 한국에도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전달했다. 휴대전화 제조사 샤오미와 오포 등은 유럽에 마스크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이 업체들의 주요 스마트폰 판매 시장이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중국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결국 ‘디지털 차이나’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이번 기회에 5G 장비와 AI 기술 등 혁신 기술을 세계 곳곳에 이식(移植)해 코로나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줬다는 명분을 살리고, 미국과 테크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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