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중구 삼덕동의 한 아파트. 중학교 3학년생 신정민군(15)이 자신의 방에서 노트북을 통해 동영상 강의를 보며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수학 과목의 첫 시간으로, 이날 신군은 ‘EBS MATH’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제곱근의 뜻과 성질을 배우고 있었다. 해당 영상은 강사와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 제곱근과 관련한 지식을 퀴즈 등의 형태로 설명하고 있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 3학년생 신정민군이 9일 오전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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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2·3교시에 편성돼 있던 수학 과목은 정규 수업 시 90분 분량이었지만, 온라인 강의는 수업 소개 등을 제외하고 22분(동영상 3개) 동안 진행됐다. 다만 교사는 노트 필기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게 하는 등 과제를 냈다. “온라인 수업 내용은 이후 중간고사와 수행평가의 주제와 관련되니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해 달라”는 당부의 글도 잊지 않았다.
신군은 “집에서 혼자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면서 “접속 지연 등도 우려됐지만 끊김 없이 수업을 잘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큰 대구에서도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이 지역에서는 중학교 124곳의 3학년 2만200여명과 고교 95곳의 3학년 2만1800여명이 온라인으로 정규 수업을 듣게 된다. ‘개학 첫 날’, 학생과 학부모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이하 경대사대부중)에 다니는 신정민군은 올해 3학년 3반에 배정됐다. 교사와 반 친구들 얼굴은 마주하지 못한 채 온라인 학교에 ‘등교’했다. 경대사대부중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각 과목별로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신군은 출석번호 대신 자신의 생일과 이름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322sjm’라는 아이디로 출석했다.
이날 신군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5분까지 ‘스포츠’ ‘정보’ ‘사회’ 수학‘ 등 4과목 수업이 예정돼 있었다. 학교 측은 이 시간 동안 온라인에 접속해 등록된 수업 콘텐츠를 학생이 자유롭게 접하도록 했다. 그는 이날 유튜브와 EBS, e-온라인 학습터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를 통해 수업을 듣고 과제를 했다. 교사가 직접 제작한 강의는 없었다.
대부분의 콘텐츠도 6분, 8분 등으로 짧아 이날 신군의 하루 수업은 오전 10시반쯤 끝났다. 7시간의 일과가 1시간30분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아직 학기 초인 데다가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선생님들이) 콘텐츠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과제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신군은 아쉬워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 3학년생 신정민군이 9일 오전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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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은 학교나 과목 여건에 따라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3가지 유형 중에서 선택해 수업이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프라 등의 한계로 대부분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이나 과제 수행 중심 수업 형태를 띠고 있다.
신정민군 역시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통해 학습하는 데 그쳤다. 실시간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이러한 수업 방식의 최대 숙제로 남는다. 실제 신군은 이날 정보 과목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언어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실습을 했지만, 교사에게 곧바로 질문을 할 수가 없어 과제물을 해결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신군은 “오프라인 수업이라면 직접 선생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바로 이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점이 불가능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습 중심의 수업은 온라인에서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었다. 신군은 이날 1교시 스포츠 과목(45분)을 6분 만에 마쳤다. 축구 기본기를 설명하는 동영상 강의 시간만큼만 걸렸다. ‘인사이드 패스를 할 때 디딤발을 공 뒤에 둔다’라는 퀴즈에 대한 답만 온라인 공간에 올리면 수업을 들은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운동장에서 직접 공을 차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을 터였다.
다만 교사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날 신군의 담임은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반 아이들을 단체 화상통화로 연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 첫 날을 맞아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등을 묻고, 수업 도중 궁금했던 점에 대해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군의 어머니 이유미씨(49)는 “온라인 개학까지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교사들이 직접 동영상 강의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 같다”면서 “EBS 등 검증된 학습 콘텐츠를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진다면)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로 수업이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 같다. 또 수업 분량이 좀 길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교육청은 온라인 수업을 위해 각급 학교와 교육청이 자체 보유한 스마트기기 3만4000여대와 PC 2300여대, 또 17억원 상당의 인터넷 통신비를 학생들에게 지원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강권,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다문화 학생에게는 맞춤형 콘텐츠,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는 ‘배움 꾸러미’ 등 교재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을 위해 유튜브와 대구진학진로정보센터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방안’ ‘학생부기재 및 활용방안’ ‘자소서 작성법’ 등 최신 대입 자료(동영상 7종)를 제작 및 제공할 예정이다.
백채경 대구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등 많은 학교에서 우려와 달리 효율적인 수업 방안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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