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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 일당, 해외 도피중 한인행사까지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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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여객 161억 횡령혐의 김모씨, 인터폴 수배중 칭다오서 체육대회

법조계 "수사당국 검거 의지 있나"

작년 3월 마카오서 입국 거절당해 20일간 공항에 있었지만 체포안해

그새 錢主 김회장 전세기로 도주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으로 인터폴 수배가 내려진 핵심 피의자가 중국에 체류하면서 여유롭게 도피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검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칭다오에서 배드민턴 대회 참석하며 유유자적

조선일보

라임 관련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1년 넘게 해외 도피 중인 김모(맨 오른쪽)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가 작년 6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1회 청도(칭다오) 한인배드민턴클럽연합대회'에 참가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본지 입수


이 인사는 모 증권사 출신 김모(42)씨다. 2018년 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7·수배)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수원여객을 인수한 다음, 이 회사 재무이사로 들어가 회삿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이사는 라임 로비 창구로 알려진 김모(47) 전 청와대 행정관과는 동향(同鄕)에 대학 같은 과(科) 후배이기도 하다.

본지는 김 전 이사가 작년 6월 8일 칭다오에서 열린 '제1회 청도(칭다오) 한인배드민턴클럽연합대회'에 참석해 현지 한인들과 활짝 웃으며 찍은 단체 사진을 입수했다. 김 전 이사는 또래의 남녀 한인들과 칭다오 바닷가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터폴 수배가 내려진 김 전 이사가 해외에서 유유자적하는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괌→마카오→캄보디아→중국 종횡무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이사의 도피 과정도 석연치 않다. 김 전 이사는 작년 1월 수원여객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괌으로 출국했다. 그 이후 경찰은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이를 몰랐던 김 전 이사는 작년 3월 17일 괌에서 출발해 마카오 공항에 입국하려다 인터폴 수배자라는 이유로 입국이 거절됐다.

당시 마카오 당국은 김 전 이사를 추방하려 했다. 김 전 이사가 타고 온 중국 C항공사에 "김 전 이사를 다시 데리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항공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 전 이사는 20여 일간 마카오 공항의 유치 시설에 머물렀다. 이에 한국에 있던 김봉현 전 회장이 수억원을 들여 마련한 '전세기'를 통해 김 전 이사를 캄보디아로 도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에서는 "비행기 전체를 빌려 화물을 실어 보내는 것을 '차터(Char ter)'라고 하는데 김 전 회장이 화물 대신 김 전 이사를 탑승시켰다"는 말이 나왔다. 김봉현 전 회장도 작년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도피를 시도하다 제보를 입수한 경찰이 그 직전 출국 금지를 거는 바람에 그냥 되돌아와야 했다. 김 전 회장은 올 1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완전히 잠적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 1월 역시 해외로 도주한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또 다른 김모(47) 회장이 김 전 이사 도피를 위한 '전세기' 동원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라임 피해자들은 "마카오에서 캄보디아로 도피한 김 전 이사는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 칭다오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일각에서는 "홍콩 주재 한국영사관이나 경찰이 김 전 이사의 도피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외교부와 경찰은 "김 전 이사가 마카오에서 입국을 거부당했을 당시 통보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폴 수배자라도 개별 국가의 상황에 따라 입국 거부 조치만 취하고 현지 대사관이나 수사 당국에 연락을 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중국 당국이 김 전 이사를 체포해 넘기지 않는 이상 그의 신병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며 '도피 방조' 지적을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공안도 흉악범은 자국민에 피해를 끼칠까봐 체포에 적극적이지만 수백억원대 경제 사범은 어차피 중국에서 그 돈을 쓴다고 보기 때문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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