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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코로나발 세계 위기에도 ‘남중국해 패권 다툼’ 벌이는 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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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베트남 주변 바다에서

군용기 등 번갈아 군사훈련

항공모함 내 코로나 발병 등

미 ‘전력 빈틈’ 파고드는 중국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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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패권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최근 대만과 베트남 주변에서 군사훈련 등 무력시위를 벌이자 미국은 군사훈련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중이 바이러스 확산 위기 속에서 협력은커녕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CV-16)함과 호위함 5척 등이 지난 12일 이후 대만의 동부 외해에서 남쪽으로 항행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대만 자유시보 등이 13일 보도했다. 중국은 탈중국 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후 간헐적으로 대만 인근에 군용기를 띄워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10일에는 J-11 전투기와 조기경보기인 쿵징(空警)-500 등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 바시해협에서 장거리 비행 훈련을 했다. 바시해협은 동쪽의 태평양과 서쪽의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군사적 요충지이다.

이에 맞서 미국 군용기와 군함도 최근 대만해협에 빈번하게 출현했다. 지난 1월 중순 이지스급 순양함 샤일로호, 2월 중순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즈빌호, 3월 말 구축함인 매캠벨함 등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지난 10일에는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인 배리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사실상의 휴전선인 중간선의 중국 측 해역으로 항행하기도 했다. 12일에는 미 해군의 전자정찰기인 EP-3E가 대만 남쪽 바시해협에, 13일에는 미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와 해상초계기 P-3C가 대만 남부 공역에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은 오랜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도 부딪쳤다. 중국 해양감시선이 지난 2일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키고 어선에 타고 있던 베트남 어부 8명을 억류했다가 풀어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베트남은 중국 측에 진상조사와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미국은 베트남에 손을 내밀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불법적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동남아시아 이웃들에게 손해를 입혀온 중국 측 행위의 연장선상”이라며 “불법적 영유권 확대를 위해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 해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을 악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양국의 신경전은 결국 코로나19 이후 세계 질서와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틀거리는 미국의 빈틈을 파고들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노골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서태평양 일대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괌에 무기한 정박하자 전력 공백을 틈타 군사훈련을 강화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켈시 브로데릭은 13일 CNBC에 “중국은 남중국해 국가들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국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중국 국민들에게는 공산당의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피해가 크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외부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브로데릭은 “향후 몇주간 중국이 코로나19 위기를 활용해 국제기구나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수전 손턴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퇴치에 협력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불필요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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