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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올인 지구촌... 규제 풀고 실탄 지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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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립보건원 "빠르면 가을쯤 의료진용 백신 나와"
전세계 78개 백신 개발 진행 중…中은 임상 1·2상 동시 진행
韓 혈장치료제 3개월 내 개발…백신은 내년 하반기 쯤 나올듯

지난 2월 말 미국 제약사 모더나(Modern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실험적 백신을 전세계에서 최초로 내놓은 뒤 4월초 첫번째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모더나는 지난 1월 코로나19의 유전자 서열을 파악하고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함께 백신을 연구해왔다.

속도는 전례없이 빨랐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NIAID가 첫번째 백신 임상시험을 하기까지 약 20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백신 개발에 착수한 지 약 2~3개월 만에 임상시험을 하는 기록이 탄생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후보들이 빠른 속도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고 있다. 현재 70여개의 백신 후보가 전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이며 미국, 중국, 이스라엘, 호주 등에서는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고 있고 민간에서는 수백억원의 자금을 기부하며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조선비즈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위치한 '더 센터 포 파마슈티컬 리서치'에서 지난 8일(현지시각) 한 임상 시험 참가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 약물을 투여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례없는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속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는 수석과학자 키즈미키아 코벳 박사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CNN 방송에 출연해 "이르면 올 가을쯤 현장의 의료진과 응급요원들이 긴급하게 쓸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준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1상·2상·3상 시험이 동시에 잘 이뤄질 경우 내년 봄쯤이면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행 건수가 70건을 넘었으며 이 중 미국·중국의 프로젝트 3건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 중국이다. 중국 바이오기업 캔시노 바이오로직스(CanSino Biologics)와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은 현재 1상·2상의 임상시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백신을 시장에 출시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10~15년이 걸리지만, 세계 각국이 규제를 풀고 백신 개발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백신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완치환자의 항체가 있는 혈액을 이용한 혈장치료제는 혈액 확보시 2~3개월 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항체의약품이 이르면 내년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혈장치료제는 GC녹십자 등 국내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중이고, 항체의약품은 국립보건연구원과 제약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빠르면 7월 인체 대상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백신의 경우 민관 협력과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2021년 하반기 또는 2022년까지 국산 백신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미국과 약 6개월의 개발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으로 국내에서는 합성항원백신, 핵산(DNA)백신, 바이러스전달체(mRNA)백신 등 다양한 플랫폼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민관 협력 지원 올인…전세계는 협업 중

글로벌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9일 발간)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연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15개(비공식 포함)다. 이 중 78개 백신 개발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연구개발 계획을 세웠으며 미국에서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36개의 백신 후보가 개발 중이다. 중국에서는 14개, 유럽에서는 14개가 개발 중이다. 국가별로는 전세계 19개국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이유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지난 2월 말 신속 허가 절차를 적용,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백신 개발과정은 연구단계→임상 전 단계→ 임상개발→규제 검토 및 승인→제작→품질관리 등 6가지로 구성된다. 특히 임상개발 과정은 ①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단계 백신 시험 ②비슷한 연령이나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2단계 백신 시험 ③수천명의 사람에 대한 효용성 및 안전성 살피는 3단계 백신 시험을 거쳐야한다. 임상 과정까지 가는데만 1년이 걸리지만, 미국은 안전성을 점검하는 동물실험을 생략하고 인체에 주사하는 등 모든 단계를 과감히 단축했다. 미 제약사 모더나가 NIH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임상 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3월 16일 인체에 주사한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이달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하는 것을 허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두 치료제의 효과를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보건당국이 즉시 규제완화에 나선 것이다.

캔시노바이오로직스와 베이징 생명공학연구소가 공동개발중인 백신도 당국의 신속 승인 혜택을 입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캔시노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중국 규제당국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1차 임상시험 결과 백신이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4월 10일부터 2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2월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중인 렘데시비르를 대상으로 임상 1,2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3상 임상을 허가했다. 캔시노바이오로직스와 베이징 생명공학연구소가 공동개발중인 백신도 중국 당국의 신속 승인 혜택을 입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캔시노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중국 규제당국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1차 임상시험 결과 백신이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4월 10일부터 2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조기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지원 체계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주 내로 치료제·백신 범정부 지원단이 설치된다. 이와관련 과학기술정통부는 16일 과학기술 연구기관 기관장들을 긴급소집해 범정부 지원단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민간 기업의 기부로 백신 개발 속도가 빨라진 곳도 있다. 영국의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중국 생명공학기업 클로버 바이오파머수티컬의 공동 백신개발이 대표적이다. 클로버 바이오파머수티컬의 백신 개발에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연구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7개의 백신 개발 연구소와 협력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게이츠는 지난 5일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7개 백신 후보를 선택했고 생산을 위한 공장을 세우고 있다"며 "이 가운데 최대한으로 2개만 건질 수 있다하더라도 7개 생산 시설에 모두 투자하겠다. 더 좋은 백신이 나와 결과적으로 수십억달러를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경제적 가치가 수조달러 이상 사라지는 상황에선 가치 있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 대응에 1억달러(약 1209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조선비즈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 유형 현황./네이처



최근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어떤 국가에서 먼저 백신을 개발하든지 전세계에 공급하긴 어렵기 때문에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백신 개발은 미국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고, 대략 9월쯤 인체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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