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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 일당 은신처엔 대포폰·5만원권 다발 수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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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등 핵심 3명 한꺼번에 검거 "한 여성이 美서 전화해 빌라 예약"

다른 곳에도 수억원 감춰둔 정황

검찰 안팎 "5부 능선 넘었다" 거물 횡령범·비호세력 추적 집중

대부업계 큰손 "金은 미꾸라지… 수천억 먹은 붕어·잉어 따로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23일 체포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라임 수사가 5부 능선을 넘었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보다 더 크게 해먹은 '거물'들도 쫓고 있다"고 했다. 향후 수사는 라임 피해액이 1조6000억원에 이를 때까지 이들을 비호한 '정·관계 세력'들을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한 번 급습에 '핵심 3명' 검거

김 전 회장은 지난 23일 밤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 앞에서 잡혔다. 대포폰 수십 개를 사용하며 경찰의 추격을 따돌려왔던 김 전 회장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한 달간 혼자 지내다가 2주 전 해당 빌라촌에 숨었다. 잠복 중이던 10여 명의 경찰 검거팀은 밤 9시쯤 택시를 타기 위해 나온 김 전 회장을 격렬한 몸싸움 끝에 체포한 뒤 빌라를 급습했다.

경찰은 빌라 안에서 의외의 소득을 거뒀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PBS) 팀장까지 함께 체포한 것이다. 경찰은 세 사람이 함께 도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 전 부사장이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한 반면 심 전 팀장은 창문 밖으로 달아나 심야의 추격전 끝에 붙잡혔다.

조선일보

체포된 김봉현 - 24일 오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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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안에서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5만원권 다발과 김 전 회장이 쓰던 대포폰 여러 개가 나왔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별도 도피 자금 수억원을 성북동 빌라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숨겨 놓은 정황을 확보하고 이 역시 압수한다는 방침이다. 이 빌라의 운영자는 "체포 2~3주쯤 전에 젊은 여성이 미국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LA에서 지내다가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는데 부산에 있는 가족들과 한 달간 서울에서 머물 집을 구한다'며 페이팔(미국 전자결제)로 송금했다"고 했다.

그간 금융업계에서는 "라임 펀드 운용을 책임진 이종필 조사 없이 전체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라임 사건 본류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경찰로부터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을 넘겨받아 첫 소환 조사를 했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으로 경찰에서 수사해 온 김 전 회장도 곧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에 대해선 이날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경영진으로부터 투자 대가로 샤넬 가방 4개와 IWC 시계 2개,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장도 리드로부터 1억6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뒷돈으로 받은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수천억 해먹은 다른 '거물' 추적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으로부터 수천억원을 투자받고도 회사가 부실화하자 도피해 버린 '거물'이 여러 명이다. 라임 사정을 잘 아는 대부업계 '큰손' A씨는 "김봉현 전 회장은 사실 '미꾸라지'에 불과하다"며 "수천억씩 씹어 먹고도 드러나지 않은 '붕어'나 '잉어'는 따로 있다"고 했다.

모 탤런트의 전 남편이자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엔터테인먼트업체 대표 출신 이모씨는 2018년을 전후로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들에 2000억원 넘는 라임 자금을 투자받았다. 에스모, 에스모머티리얼즈, 동양네트웍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등의 회사로, 대부분 부실화됐다. 검찰은 지난 2~3월 이씨 상장사들을 차례대로 압수수색했다. 이씨는 잠적 중이다.

대부업계 A씨는 "이씨가 사채를 빌리러 왔기 때문에 그 회사 자금 사정을 확실히 안다"며 "이씨의 상당수 회사는 채무 변제가 불가능한 디폴트 상태로, 그가 얼마를 횡령했는지는 검찰이 수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씨가 라임 자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를 위해 빈 부분만큼 A씨 등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사채를 써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에도 라임 자금 2500억원이 들어갔다.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필리핀과 캄보디아의 휴양지 사업 명목으로 라임에서 끌어다 쓴 자금 중 2000억원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그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했으며 지난 2월 메트로폴리탄을 압수수색했다.

구모씨도 2017년 자신이 실소유한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파티게임즈에 라임 자금 40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주가 조작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실형을 확정받은 적이 있는 구씨도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파티게임즈는 상장폐지됐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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