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 후 폐쇄된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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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제2의 신천지’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클럽의 주 고객이 성소수자로 알려지면서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방문 및 감염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5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는 총 5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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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수면방’ 논란…“제 2의 신천지 될 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강남구 소재 '블랙수면방'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지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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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논란’이 시작된 건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시 66번째 확진자(29)의 동선이 공개되면서부터다. 해당 남성은 지난 2일 이태원에 위치한 ‘킹클럽’ ‘트렁크’ ‘퀸’ ‘술판’ 등 총 5곳을 방문했다. 이 중 일부 클럽이 성소수자 전용 클럽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퍼졌다.
역학조사 결과 이 남성과 동선이 겹친 안양시 23번 확진자와 서울 648번 확진자가 강남구 소재 ‘블랙수면방’에 다녀간 사실도 밝혀지면서 블랙수면방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이 수면방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5월 5일간 이태원 클럽 5곳(킹클럽·트렁크·퀸·소호·힘)에 다녀간 인원은 총 7222명이다. 강남구는 현재 수면방 방문자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스스로 성 정체성을 밝히기 꺼려해 역학조사의 난항이 예상된다. 성소수자 A씨(31)는 “확진 판정을 받으면 강제로 ‘아우팅(성적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 당하는 거나 다름없다”며 “부모님, 친구에게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않은 입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아우팅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소수 종교에 대한 인식보다도 더 부정적인 편”이라며 “신천지에서 코로나19가 퍼질 때도 교인들이 감염 사실을 숨겼는데,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태원 클럽에 확진자가 다녀간 후 성소수자들의 성행위를 부각된 정보가 온라인상에 많이 떠돌고 있다”며 “이럴수록 숨는 확진자가 많아져 ‘제2의 신천지’사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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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출입 안 밝히고 검사”…방역 대책 마련
성소수자관련단체는 논란이 확산되자 용기와 지지가 필요할 때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사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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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관련 단체들은 성소수자들이 부담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일 오후 2시 긴급브리핑을 열고 “지난 4월 29일 이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논현동에 갔던 사람은 누구나 11일부터 17일까지 무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해당 클럽이나 수면방의 출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도 일반 시민들과 구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료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날 이태원 클럽 출입자에 대해 코로나19 감염검사와 대인접촉금지 명령도 내렸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코로나19 관련 전화 상담’ 창구를 마련했다. 친구사이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9일 서울시 질병 관리과와 면담을 진행했다”며 “코로나19 검사와 관련해 궁금할 만한 사안들을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라고도 전했다. 앞서 이 단체는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서, 우리 게이 커뮤니티가 갖는 취약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정부나 방역 당국에 요구해야 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우회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정 총리는 10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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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한국 성소수자 차별 우려"
코로나19확진자 발생 후 한산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등 유흥시설 밀집지역.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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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도 이태원 발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전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을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8일 (현지시간) “한국의 일부 언론보도 이후 동성애에 대한 혐오적인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은 철저한 코로나19 진단과 격리 시스템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도 9일 “한국은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도 넓게 퍼져 있다”며 “한국의 엄격한 추적 모델이 성소수자들을 몰아낼 것이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3분의 2가 연락이 닿지 않아 집단 지역사회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클럽을 간 행위는 비난할 수 있지만, ‘신천지 사태’ 때도 배웠듯 집단 전체를 매도하면 검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숨어버려 방역엔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특정인의 동선을 공개하지 말고 확진자들이 방문한 장소와 시간만을 공개해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대한 막아야 검사를 피하는 확진자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철저한 방역을 위한 동선공개 자체엔 문제가 없다”며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보도 및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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